창전동에 꽃이 살고 있는 빌라가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인지, 꽃이 살고 있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꽃에 둘러싸여버린 빌라. 빌라 뒤뜰에도, 화단에도, 계단에도, 심지어 옥상에도 꽃이 없는 곳이 없다. 꽃과 살고 꽃과 죽는다는 바로 그곳, 금성빌라다.

빌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갖가지 꽃들. 인도를 제외한 모든 곳은 꽃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분의 개수만 천 개가 넘는다고. 이렇듯 금성빌라는 사람보다 꽃이 더 많이 살고 있다 하여 ‘꽃이 살고 있는 빌라’라고 불린다.

금성빌라 주민들의 ‘꽃 사랑’은 남달랐다. 금성빌라를 찾아간 26일 오후,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주의보로 행여나 꽃이 얼어 죽지 않을까 하여 이른 아침부터 꽃들을 집안으로 하나둘 들여놓고 있었다.

금성빌라가 처음부터 꽃밭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꽃으로 뒤덮인 빌라 뒤 화단. 과거에 그곳은 소위 말해 학생들의 ‘아지트’였다고 한다. 불량한 학생들이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는 등 ‘쓰레기 소굴’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곳이 화분으로 뒤덮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일명 가영이 할머니, 수빈이 할머니, 태윤이 할머니라고 불리는 세 아주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세 아주머니는 ‘빌라에 꽃밭을 만들자’는 약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분을 하나둘 화단으로 내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분을 내어놓는 것은 그들뿐, 처음에는 화분을 내어놓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남들이 따라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서 했던 일이기에 세 아주머니는 꿋꿋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해서 화분을 내어놓았다.

그러자 목석같던 주민들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없던 삭막한 계단에 조그마한 화분을 올려놓는 주민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하나둘 놓던 화분들이 어느덧 천 개가 넘어버렸다.

빌라 주민인 한승옥(54) 씨는 “요즘 좋은 아파트가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지만, 그런 아파트들보다 여기 금성빌라가 환경적인 면에서도, 주민 화합 면에서도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며 빌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또한 한 씨는 “집이 4층에 있는데도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꽃향기가 올라온다”며 요즘 빌라에 꽃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빌라 주민들은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꽃을 내어놓았던 거지만, 이제는 서로 더 예쁜 꽃을 키우기 위해서, 더 많은 꽃을 키우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금성빌라만 신났다. 더 예쁜 꽃들이 빌라 주변을 메우면서 향기를 내뿜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이는 빌라를 찾는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손님들은 모두 ‘화분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며 싱글벙글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꽃에 대한 사랑으로 빌라 전체를 꽃밭으로 만들어버린 금성빌라 주민들. 그들의 가슴 속에도 어여쁜 꽃을 품은 화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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