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지역이 추곡수매가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수매가 시작됐지만 관내 10개 지역농협은 수매가 결정을 위한 조합장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이천시와 지역농협, 벼 생산농가에 따르면 이천지역 10개 지역농협조합은 조곡 40㎏당 벼 수매가를 놓고 농민 측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올 추곡수매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한 농협 관계자는 지난 4일 철원 오대쌀이 5만 4천원선에 결정됨에 따라 이천지역 수매가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임금님표 이천쌀의 가격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철원 오대쌀보다 비슷하거나 높게 책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5만 4천원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개 지역농협조합과 농민 측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농협 측은 조합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만큼 수매가를 최대로 낮추려는 반면, 농민대표 측은 물가상승률과 부채 이자에 따른 손실 보전 등의 이유로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태풍 피해로 생산량 감소 등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수매가격이 계속 높게 책정돼 조합이 이를 떠안게 된다면 결국 농협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농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농민들은 “1년 내내 일을 해도 결국 빚만 지게 되는 것이 농사일”이라며 “조합의 적자 문제도 이해는 가지만, 농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수매가를 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이천지역 벼 수매가는 조곡 40㎏당 6만1000원이었으며, 금년도 수매가 결정을 위해 1차 조합장 회의가 8일 열린다.

수매가는 지난달 예상했던 5만1000원~5만3000원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유난히 심했던 태풍으로 도복(벼 쓰러짐)피해로 등급판정이 낮아지고 생산량이 감소해 농민의 피부에 와 닿는 수매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동민 기자 (coa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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