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열흘이 넘도록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한참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어야 할 지금, 농민들은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다.

태풍 ‘곤파스’와 ‘덴무’, 그리고 지난 추석 동안의 집중호우로 농가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벼가 쓰러져 제대로 서 있는 벼를 보기도 힘들뿐더러 서 있는 벼가 얼마 되지 않아 수확할 때 인건비가 더 든다는 것이 농민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시에서는 많은 공무원들이 나서 대민정책으로 벼 일으키기 사업을 실시하면서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한 농민 관계자는 대민정책이 오히려 수고를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벼를 일으키기 위해 벼를 묶는 작업은 몇 백 명이 함께 나서는 것이지만, 수확하면서 묶은 벼를 풀 때는 혼자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세운 벼가 모두 살아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여태까지의 대민정책은 ‘보여주기식’ 시정에 불과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 있는 벼를 수확할 때와 쓰러져 있는 벼를 수확할 때 드는 비용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 농민은 수확을 할 때는 벼를 베는 작업과 베어진 벼를 터는 작업의 두 가지 작업으로 나뉘는데, 올해는 쓰러진 벼가 많아 그 두 가지에 드는 비용이 예년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고 말한다.

게다가 수확량은 훨씬 줄어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과거에는 한 마지기 당 450kg 정도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한 마지기 당 380kg이 나오기도 어려운 실정이라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달 초에 확실하게 결정될 쌀 수매가 역시 농민들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쌀 수매가는 작년에 비해 약 9천원정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매년 농사 비용은 자꾸 늘어나는데 반해 수매가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농민들은 올해 도복으로 인한 수확량 저조까지 겹치자 격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농민은 격분한 나머지 500평에 달하는 자신의 논을 모두 엎어버렸다. 수해로 인해 모든 벼가 쓰러져 수확할 수조차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농민은 “현재 이천시에서 농업관련 종사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26%에 달한다. 쌀값이 떨어지면 지역경제도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시에서는 왜 방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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