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관객이 선택한 최고의 코미디 연극 웃음의 대학이 이천아트홀을 찾았다. 검열관 역에는 국내 최고 연기의 달인 안석환이, 작가 역에는 리듬감 넘치는 웃음코드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배우 정경호가 극을 이끌어 나갔다. 덕분에 지난 23일과 24일 이천아트홀 안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웃음의 대학은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모두가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이 배경은 극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극단 ‘웃음의 대학’의 전속 작가는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검열관을 신청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담당자는 이 시대에 희극 따위는 필요 없다고 여기는 냉정한 검열관. 검열관은 작가에게 대본 속에서 웃음이 있는 장면은 모조리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작가는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본은 오히려 더 재미있어지기만 한다.

암울한 시대상에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만남을 통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해내는 웃음의 대학.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모든 순간에서, 모든 대사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시간 경과를 보여주기 위해 달력을 떼어내는 여러 가지 장치들, ‘국왕폐화 만세’ 등의 구호를 대본 속에 넣는 과정들 등은 관객에게 기대감과 호기심을 주며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장장 두 시간여에 걸친 이 연극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두 배우의 인사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관객들은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으며, 박수갈채는 끊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연극의 열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특히 공연이 끝난 2후에는 두 배우와 사진 찍는 코너가 마련돼 있었는데, 연극을 본 관객들은 너도나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등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웃음을 사수해야 하는 작가와 웃음을 삭제해야 하는 검열관. 어색하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두 배우의 연기에 온 이천 시민이 웃을 수 있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