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기준을 상실한 국도변 점용도로 부지가 시민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점용한 건물주와 세입자들은 일방적인 국도관리소 ‘도로점용료’ 부과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도로 점용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발하지도 못한다. 도로점용 허가를 득한 건물주들은 행여나 도로 점용권을 빼앗길까봐, 세입자는 괜히 건물주에게 밉보여 부당한 손해를 볼까봐 아무소리도 못내는 것이다.

그저 국도관리소가 아무 때나 상승된 공시지가에 맞춰 부과한 ‘납입고지서’를 받고 목돈을 준비하느라 때 아닌 고충을 겪고 있다.

부발읍 신하리 372, 373번지 일원 상가주들에 따르면 이곳은 인근 하이닉스 반도체와 신하초교, 효양중고등학교를 거점으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되어 있다.

또한 시내·시외버스 및 고속버스의 정류소가 있어 교통의 흐름도 활발해 일찍이 롯데슈펴,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할인마트는 물론 은행, 식음료 잡화점 및 음식점, 의류점, 병의원, 학원가들로 밀집해 있다.

그런데 6월말, 육교 밑 주차장 주변 상인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초중고교 방학으로 장사가 안 돼 울상인데, 도로점용료 납부고지서를 받아 보고 놀랐다.

상가 세입자 A씨는 “주차장을 끼고 3개 건물에는 10여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12월에 1년 치 도로점용료를 냈고, 6개월이 지났는데 또 2010년 도로점용료 3500만원 상당이 부과됐다. 상가들은 많게는 600만원 이상, 적게는 130여만원을 일시불로 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입자 B씨는 “계약 당시 주차장 비용을 연1회 낸다고 들었지만, 솔직히 우리가 쓰는 일은 없다. 관리도 되지 않고 할당된 주차면도 없이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쓰는 공용주차장인데 왜 도로점용료를 우리가 부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입자 C씨는 “이곳 주차장은 아침 일찍 서울로 출퇴근하는 장기주차 차량이 많다. 저지할 방법도 없다”며 “점용권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기준을 상실한 도로부지를 이천시가 인수해 시민의 공용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8일 상가로 끼고 있는 주차면은 총 40면 상당인데 상가의 이용과 관계없는 장기주차 차량이 족히 절반은 넘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수원국도관리사무소는 원론적인 답변뿐이다. 전화 문의에 담당 직원은 “국도의 도로점용은 국도변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진출입로가 필요한 경우 가감속 차선 부지에 도로를 점용하는 것”이라며 “도로점용부지를 주차장으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가감속 차선으로 볼 수 없는 도로 기준을 상실한 부지에 도로점용료 부과는 문제’라고 지적하자, 관리소 직원은 “현장조사를 벌여 민원을 해결하겠다”고 말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신하리 372, 372번지 일원은 이젠 국도관리소 소관으로 보기엔 도로기준을 상실했고, 지자체가 나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냥 방관하기엔 시민에게 엉뚱한 세금을 부과하고 불법을 저지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민 기자 (coa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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