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쌀을 주식으로 했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가 많아지는 지금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쌀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농민들은 울상을 짓기 시작했고, 정부를 비롯한 사람들은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농가가 무너지고 있다. 한 때는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기도 했던 농경지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1년 간 줄어든 농경지만 36,000ha. 이는 여주군의 논 면적인 9,684ha의 세 배에 달하는 크기다. 다시 말하면 매년 3~4개 도시의 논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히 농경지가 줄어 쌀의 생산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국산 쌀의 재고가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농협에서는 대량으로 구입한 쌀이 판매가 되지 않아 고충을 겪고 있고, 농민들도 수확한 쌀이 남아돌아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들 알다시피 FTA 무역협정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과거 FTA 무역협정을 맺은 이후로 의무 쌀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 쌀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농산물의 수입을 줄이고 자국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를 들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자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타국에 가지고 갈 수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 자체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수입쌀이 유입됨에 따라서 처음에는 국산 쌀만 선호하던 사람들이 서서히 값싼 수입쌀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산 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국산 쌀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수입쌀에 의해서 남아돌게 된 2005년산 국산 쌀을 가축의 사료용으로 쓴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뉴스를 본 많은 사람들이 기가 찼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에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북한에게 지원해주는 것이 훨씬 낫지 않냐"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현재도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배를 졸이고 있다"며, "휴전을 하든 냉전체제에 있든, 우리와 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전면 중단하고, 그들에게 지원하지 않아 남아도는 쌀을 가축에게 먹인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게다가 정부에서 2015년 쌀의 자급도를 90%로 잡아뒀다. 일부러 늘리려 해도 오를까 말까 한 것을 아예 자체적으로 내리는 정책을 펼치려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쌀이 주식인 나라에서 쌀을 죽이려 하고 있다.

몇 십 년 전, 밀이 처음 수입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도 밀 농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는 수입 밀에 밀려버린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밀은 우리나라의 주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쌀의 경우는 다르다. 쌀은 우리나라의 주식이다. 만약 쌀의 자급도가 줄고 줄어 수입쌀이 우리나라 쌀 시장을 압도한다면 수입쌀의 매점매석을 우리나라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와 가장 친숙한 농산물인 쌀만큼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하지 않을까.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