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농민들의 생활은 웬만한 회사원보다 훨씬 살만했다. 식량자급도가 높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농사를 짓는 데에 드는 비용도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해가 갈수록 식량자급도는 떨어지고 있으며, 농민들은 날이 갈수록 울상을 짓는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 요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쌀값은 떨어지는데, 비료나 농약 등 농사를 짓는 데에 드는 비용은 몇 곱절이 뛰고 있다.
2008년 대비 2009년의 쌀 40Kg 가격은 8,000원이나 떨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농민들의 어깨가 무거운데, 설상가상으로 몇 년 전만 해도 만 원도 채 되지 않았던 비료의 값이 올해는 15,000원을 웃돌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긴 하지만, 보조금은 겨우 세금을 낼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각종 보조금이 많아 농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 미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촌고령화 현상에 따라 일할 수 있는 농민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가 연령은 대부분이 70~80대이며, 가장 어리다는 연령이 50대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젊은 사람들은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현재의 농민들은 농사를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도입됐다 하더라도 쉽게 접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줄어든 논의 면적만 하더라도 10년 간 139,000ha다. 이는 연간 13,900ha의 논이 줄어든다는 말이 되는데, 최근 1년간 줄어든 논의 면적은 더욱 심각하다. 36,000ha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웬만한 도시 3~4개의 논 면적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쌀은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FTA 협정을 맺은 이후 쌀의 의무수입량이 많아짐에 따라서 값싼 수입쌀이 많아져 국산쌀의 소비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에 연 40만 톤씩 보내던 것을 3년 전부터 중단하면서 국산쌀의 소비가 급격하게 줄었다. 해마다 보내던 40만 톤의 쌀이 그대로 국내에 남아있는 셈인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 쌀을 중단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쌀의 의무수입량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 농협으로부터 싸게 사들인 쌀을 사료용으로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농민회 장흥석 회장은 "어린 시절에는 밀을 재배하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다"며 "쌀도 이와 같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장 회장은 그와 더불어 "이젠 소비자들이 농업을 지키고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농업을 멀리하면 그 대가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우리 쌀을 살리기 위해서는 장 회장의 말처럼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한송이 기자(uh0703@naver.com)
이천저널 icjn@paran.co.kr
<저작권자 © 이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천교육지원청 위(Wee)센터, 학생상담 자원봉사자 위촉식 및 월례회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