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던 저소득층 아이돌보미 사업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오히려 출산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3일 이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기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연구보고회’에서 질의 답변시간, 한 아이돌보미 보육교사가 불만을 토로했다.

“이천YMCA 내 24시 아이돌보미 사업을 하는 보육교사입니다. 현재 저소득층 아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할 상황입니다. 이유는 정부의 추경예산이 배정 안 돼, 사업을 6월말에 종료한답니다. 늦은 밤 12시가 돼서야 공장에서 끝나는 저소득층 여성들이 이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을 지 걱정입니다. 이 나라는 그 아이들을 보고 굶어 죽으라는 소리입니까.”

갑자기 대회의장은 엄숙했다. 무슨 이유에서 예산이 배정이 안 돼 저소득층의 아이들이 굶어 죽을 위기란 말인가.

이천YMCA는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와 협약으로 아이돌보미 사업을 시행했다. 먼저 보육교사를 양성하고 5월부터 사업이 본격화 됐다.

아이돌보미사업은 맞벌이 가정의 생후 3개월부터 12살까지 아이를 보육사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서비스다. 이용료는 2시간에 1만원.

또 저소득층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경우, 정부가 이용 시간을 정해 요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겐 시간당 이용료가 천원인 셈이다.

이 서비스를 믿고 저소득층 권 모 씨는 둘째를 가졌다. 그런데 월 80시간이던 이용 시간이 올 들어 갑자기 40시간으로 확 줄었다. 지난해만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원을 받지 못해 한 달에 30~40만 원을 더 내야하는 상황.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보육사의 항변에 이날 패널로 참가한 이천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정지영 센터장은 “정부는 올해 본예산 안에서 ‘아이돌보미 사업’에 상반기 예산만을 확보했다. 한데 수요가 급속도로 늘었다. 바로 추경안을 세웠어야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3월 19일) 예산기획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며 정부의 잘못을 꼬집었다.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엄마, 아빠들이 떠안게 됐다. 온 나라가 아이를 낳자고 떠들지만, 지원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수시로 바뀌고 그 속에서 저소득층 부부들은 아이에 대한 계획과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선5기 명품복지도시를 지향하는 이천시, 혼란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조속한 대책안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