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부발읍 수정리 경로당이 6일 준공돼 마을 어르신들에게 개방됐다. 이번에 신축된 수정리 경로당은 대지면적 990㎡, 건축면적 93㎡ 지상1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사업비는 1억500만원이 투자됐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이른 더위로 고생하던 어르신들은 새로 준공된 경로당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생각에 절로 어깨춤이 들썩여진다. 이날 경로당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기관단체장 및 주민들도 덩달아 즐거워지고, 마을은 어느새 잔치분위기다. 이런 모습을 뒤에서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번 수정리 경로당 신축에 숨은 공로자 김태린씨(54, 창전동)다. 고향마을인 수정리 일이라면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는 김태린 씨. 지난 9일 수정리 경로당에서 그를 만났다.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 노모와 고향 ‘수정리’

“설비업체를 운영하면서 거래처 확보 등 영업과 갖은 스트레스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쌓입니다. 그럴 때면 90이 넘은 노모와 고향마을이 생각나서 수정리를 찾곤 합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김태린 씨는 정신없이 뛰어온 삶에 고단함을 느낄 때면 노모와 고향을 떠올리며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고향 수정리를 향한다.

그리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니건만 나이를 먹을수록 부쩍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마을이 그리워진다는 그는 자신을 ‘어쩔 수 없는 농부의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까짓것 매년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영업비 조금 줄이면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이 한결 편해지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벌써 7년을 넘어섰다.

김씨는 마을 어르신들이 여행을 가신다면 관광버스를 후원하고, 또 겨울이면 경로당에 난방비를 지원하고, 마을에 대소사가 있으면 업무비용을 줄여서라도 빠짐없이 후원한다.

“집이 창전동이어서 수정리를 자주 드나듭니다. 대대로 살아온 집에서 노모와 형님네 식구가 살고 있으니 저도 수정리 주민 자격 있겠죠? 오가며 밭농사도 짓고 옛 동무들과 선후배, 어르신들을 만나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합니다.(웃음)”

이제 마을에선 김 씨가 없어서는 안 될 후원자지만, 김 씨에게는 마을과 주민들이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다.

“경로당 사업비 8천만원을 반납할 위기네”

그러던 차에 지은 지 20년이 넘어 낡은 경로당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으나 지난해 9월, 동년배 친구이기도 한 이한일 읍장에게 ‘현 경로당 부지가 맹지로 진출입로가 없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신축 보조비 8천만원을 반납할 위기에 놓였다’는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이한일 읍장은 김 씨에게 “지금껏 마을을 위해 애써 온 것을 알지만 한번만 더 부탁하자. 경로당 진입부지 990㎡를 사용하게 허락해 줬으면 싶다. 아니면 팔던지, 당장 반납을 할 위기”라고 전했다.

김 씨는 갑작스런 제안에 확답을 못 했다. 보조금 8천만원을 반납하는 것은 안 되고, 그렇다고 재정도 어려운 마을에 팔기도 뭐하고, 그러면 조건 없이 사용을 허가하는 것뿐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회가 긴급 소집돼 김 씨도 참석했다. 서로 이렇다 할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 씨는 ‘조건 없이 진입로 30평을 사용허가해 주겠다’고 최종결정했다. 20여 노인회 회원들은 김 씨에게 아낌없는 고마움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10월 공사가 시작되고 지난 5월 15일 마을회관이 완공됐다.

“이젠 마을 발전 위해 일할 터”

마음에 위안을 얻고자 고향을 찾았던 김태린 씨는 이젠 고향 마을에 든든한 후원자로 변모했다. 그리고 고향사람들은 마을을 위해 일해 줄 것을 원한다.

그래서 요즘 김 씨는 성남~장호원 자동차전용도로 수정교차로 설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정리 외 인근 마을은 이천에서 중심권에 있으면서도 오지로 통합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발전을 원합니다. 수정교차로는 이를 해결할 현안사업입니다.”

수정리의 후원자, 김태린 씨가 나섰다.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