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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관전평(觀戰評) -승패의 갈림길에서-

유 승 우 강남대 석좌교수, 전 이천시장 이천저널l승인20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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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이 되어서야 승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5월 20일부터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진입한 이래 13일간 후보자들의 선거 열풍이 막 지나간 거리는 태풍 뒤에 오는 고요처럼 적막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까지 4차례나 직접 선거를 치르면서 매번 피를 말리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선거를 지원하며 승패의 분수령이 어디에서 판가름 나는지 많은 것을 배웠다. 종군(從軍)기자의 심정으로 그간의 몇 가지 느낀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후보자의 상품성(商品性)이다. 능력과 자질이 어떠하냐이다. 풍부한 학식과 덕망은 기본에 속한다. 특히 화려한 학·경력보다도 덕망은 최우선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고향에서의 실인심(失人心) 상태라면 출마자체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선거에 임하는 본인의 자세이다. 이는 야구에서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투수의 모습과 같다. 자기 진영을 이끄는 후보자는 전쟁터의 사령관이다. 최고 지휘자가 전의(戰意)를 불태우지 않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다. 13일간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젖먹던 힘까지 자신을 불태우는 후보는 이미 8부 능선에 와 있는 것이다.

셋째는 조직의 힘이다. 선거는 당사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당)이 싸우는 것이다. 지방자치 차원에서 정당공천제의 논란은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 당의 조직력 동원 여부는 승패의 열쇠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번 무소속 선택의 용기와 분투는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처음부터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외로운 행군을 수행한 그분들에 대해 따뜻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로또복권식의 기호 배정은 고쳐야 한다. 당락의 운명이 능력보다 기호의 운(運)에 달려 있다면 이것이 어찌 공정할 수 있겠는가. 번호가 1번 또는 1-가번이 이 20~30%의 프리미엄을 얻는다면 이는 공명선거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당리당략 차원에서 채택된 제도라고 하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공자같은 성현도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고 하지를 않았는가(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다섯째 결과에 대한 추스름이다. 일진광풍이 지나고 보면 당락의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전국적으로는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로 야당의 압도적 우세로 판가름 났다. 다만 이천시에서는 여당이 초반의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고 지난번과 변함없는 수준을 유지한 것이 예외적 현상이다. 한번의 밀물기(期)가 있으면 또 한 차례 썰물기(期)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며 역사의 흐름이다. 담담히 받아 들여야 한다. 승자에게는 축하의 물결이 쇄도하고 패자는 홀로 그 아픔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 일수록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모든 것을 남의 탓보다는 자기 탓으로 돌려야 한다. 세상만사는 일시적 현상이며 영구적인 것은 없다. 전자에게는 겸손의 미덕을, 후자는 인내와 내공(內功)의 수련을 길러야 한다.

인생은 마치 「새끼줄」처럼 음양(陰陽)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자기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으랴. 그래서 중국 청나라의 시인이며 학자인 조익(趙翼)은 “늙음에 이르러 이제야 알겠노라. 내 힘으로 취한 것이 없는 것을, 3할은 사람의 일이로되 7할은 하늘이 도운것이네(도로방지 비력취, 삼분인사 칠분천(到老方知 非力取, 三分人事 七分天))”라고 하였다. 어찌보면 고스톱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속설을 방불케 하는 인생 스토리 아닌가.

끝으로 주권자이면서 심판자인 유권자들은 이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그들은 다 같이 민의의 대변자로 심부름꾼이 되기를 자청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거로 인한 내홍(內訌)을 하루 빨리 극복하고 새로운 지역 건설을 함께 도와야 한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약간의 낮은 담장은 인정하면서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높은 벽을 낮추어서 서로 소통하는 사회, 화합을 하면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각자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 그것은 또 다른 모습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한 식구들이 아닌가!

2010. 6. 3 아침, 개표가 끝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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