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넋을 기리는 자리에서 축하박수를 쳤다면 그것은 엄청난 실수다. 철모르는 아이들도 이정도 쯤의 예의는 기본으로 알고 있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이천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무대를 추념식이 열린 지난 6일 설봉공원 현충탑으로 옮겨보자. 이천시는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천안함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추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천시장과 시청 고위 간부들, 보훈가족, 각급 기관사회단체장, 보훈 안보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묵념이 있은 뒤 헌화 및 분향식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조병돈 시장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연단에서 내려와 참석한 추모객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갑자기 엄숙한 행사장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조 시장 당선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담긴 박수로 생각했다.

박수가 터져 나올 때와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냥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박수갈채는 끝이 없었다. 이어서 전몰군경유족회장과 전몰군경미망인회장이 가족을 잃은 복받치는 회한을 삼키고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연단을 내려와 인사를 하자 또 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누가 봐도 의미 없는 박수였다. 도대체 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함부로 박수를 친단 말인가. 박수를 친 사람들 모두 아무 생각 없어 보였다. 이윽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 치지마”라는 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그러자 주위는 금방 조용해졌다. 이후 상이군경회장이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와 인사를 했다.

그런데 또 몹쓸 박수가 쏟아졌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한 단체장도 덩달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옆에 앉아 있던 한 인사의 제재로 박수를 멈췄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모양이다.

한 유가족 회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며칠 안돼서 당선자와 지지자들이 당선의 기쁨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라며 “그렇다고 엄숙한 추념식장에서 유가족과 미망인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기본이 안 됐다”고 꼬집었다.

추모식 내내 쏟아졌던 박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철모르는 아이들조차 기본으로 생각하는 예의다. 하물며 지역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엄숙한 자리에서 박수를 친다는 것은 지역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생각 없는 지도자들에게 고한다. 시간 있으면 설봉공원 현충탑에 올라 그때의 잘못을 고인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어떻겠냐고.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