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의 길이 참으로 어렵고 험난합니다. 하지만 우리 후보자들은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 이천을 사랑한다면 우리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아주 힘겹게 선거운동을 해온 우리가 당선의 영예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그것만이 이천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소속 연대’ 맡형 격인 이재혁 도의원 후보의 마지막 유세내용이다. 이 후보를 비롯한 김평재·서재호·이종성 시의원 후보 등은 1일 중리동 킴스마트 앞 복개도로에서 마무리 합동유세를 펼쳤다.

이천시민과 지지자 등 300여명이 유세장을 찾았다. 대부분 지지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 후보의 연설 내용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양한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3선에 도전한 배경과 향후 지역발전 등에 대해 숫자까지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야말로 원고 없이 나 홀로 30여분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목소리가 올라갈 때마다 청중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이 못지않은 ‘힘과 열정’이 묻어났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 같은 설명.

선기기간 중 ‘나이가 많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이에 대해서도 강력히 어필했다. 그는 “어떤 어부가 훌륭한 어부 입니까”라고 물은 뒤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나이들은 어부 많이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고기를 많이 잡아 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2세 나이에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맥아더장군과 89세 나이에 지금의 중국을 만든 등소평의 예를 들기도 했다.

동료라 할 수 있는 무소속 시의원 후보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연설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외롭고 힘든 각고의 시간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무소속 후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여러분의 힘으로 이분들이 당선되어 이천을 위해 멋지게 일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각 후보들은 도로 한복판에 나와 시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거나 우렁찬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했다. 운동원들은 틈만 나면 후보들의 이름을 번갈아 불러가며 연호했다.

무소속 후보들의 합동 유세는 1시30분가량 진행됐다. 열성 지지자들은 이 자리에서 연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 후보님들 모두 꼭 당선돼야 할 텐데….”

후보자 버금가는 비장함으로 선거운동에 임했던 이들이다. 그래서 마지막 선거운동은 이들에게 더욱 감회가 깊을 터. 더욱 열심히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운동원도 있다.

유세가 끝나고 중앙로문화의 거리로 향하는 운동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활기찼다. 상인들을 상대로 한 표 한 표를 호소했다. 그로부터 한 10분쯤 지났을까, 빨간색 물결은 기자의 시선에서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무소속 주자들의 힘겨운 선거운동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 시간 터미널 인근에서는 각 정당에서 선거운동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화려한 선거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운동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선거는 결과가 말해주는 법. 부디 당선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무소속 후보 지지자들의 막연한 희망은 2일 밤 개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절망과 체념,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아무도 당선되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소속이 없는 후보들을 깡그리 외면했다. 재선 도의원에 현역 경기도부의장의 경력도 정당의 높은 벽 앞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비록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이천의 자존심’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빨간색을 입고 종횡무진 하던 무소속 후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시민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백상 기자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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