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달콤한 공약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당선이 됩니다. 그리고 선거 때 걸었던 공약은 유야무야 없어집니다. 늘 그때뿐이지요.”
40대 후반의 직장인 안모(증포동)씨. 안씨가 이번 지방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후보자들의 공약사항이다. 과연 지킬 수 있는 공약을 걸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후보의 특이한 공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시의원에게 주어진 의결권과 행정사무감사·조사, 청원심사권을 충실히 행사하겠다’는 공약이 그것이다.
각종 사업 유치 추진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선거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공약 남발보다는 시의원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정확한 소신을 밝힌 것이 마음에 들었다”며 “다른 후보들도 자신의 소신을 피력해 지지를 호소하면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부모 “기대했던 공약 없어 실망”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선자(49·안흥동)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기대했던 공약이 나오지 않아 실망이 크다.
김씨는 “대입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의 탈선방지를 위한 ‘건전한 놀이문화나 그들만의 공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에 대한 공약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현실성 있는 공약들을 제시하는 것이 투표참여를 늘리는 방안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 “아무리 바빠도 투표는 해야지.”
요즘 모내기 하느라 무지 바쁘다는 농업인 최모(65·부발)씨는 “그래도 한 시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모를 못 심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들 모두 투표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사해야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은 정치인에게 그 무엇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냉담한 반응은 일반 시민과 다르지 않다.
“선거철만 되면 느닷없이 나타나 뭘 해보겠다고 허리 굽히며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양반들이 많은데, 솔직히 달갑지 않다”며 “우리 같은 서민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시장은 경력과 인지도 볼 것
“저번 국회의원 선거 때는 투표를 안 했는데,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할 생각이에요. 사실 처음이거든요.”
설봉공원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새내기 회사원들은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나이는 22세로 투표권이 있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투표를 하고 왔다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양심이 많이 찔렸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손꼽아 기다린 젊은 세대다. ‘첫 투표’를 한다는 기대감에 부모님으로부터 후보들에 대한 정보도 입수하고 있다.
자신의 동네 출신 후보 정도만 알지 대부분의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후보자 선택기준에 대해 묻자 “시의원은 우리 동네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이고, 도에서 일하는 도의원은 능력, 시장은 경력과 인지도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들은 “어차피 투표를 할 생각인데, 이왕이면 우리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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