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저온현상으로 복숭아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사진은 냉해로 얼어죽어 가는 복숭아나무의 모습

나무 자르고 농사 포기 속출…‘재해 선포 절실’

올 들어 잦은 눈비와 한파 등 이상 기온 현상으로 과일과 채소류 등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장호원읍 일대 복숭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복숭아나무가 고사하거나 꽃눈이 형성되지 않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지금쯤이면 복숭아나무마다 연분홍색 예쁜 꽃망울을 터뜨려야 하는데, 보세요, 다 얼어 죽었어요.”
장호원읍 대서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석재인(46)씨가 28일 자신이 키우는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만5천㎡(4500평) 복숭아밭에 있는 600그루의 복숭아나무마다 꽃눈이 새카맣게 죽어 있었다. 예년 같으면 탐스러운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렸어야 하는데 올해는 이상 저온현상 때문에 복숭아 꽃눈은커녕 나무마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꽃눈이 조금씩 벌어져 꽃을 피워야 복숭아가 달려 가을에 주먹만 한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는데 올해 복숭아 농사는 완전히 망쳐 버린 것이다. 석씨의 경우 지난해 이 복숭아밭에서 4.5㎏짜리 상자 4천 개를 수확해 8천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근 홍 모씨(52) 복숭아밭도 마찬가지다. 2만 6천㎡(8천평) 규모의 밭에 1000여주의 복숭아나무는 전멸이다. 피해 규모도 지난해 생산량 8천 상자, 1억 5천만원 상당이다.
이날 두 내외는 내년 농사를 위해 얼어 죽은 가지들을 삭둑삭둑 잘라내며 쓰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입눈과 양쪽 꽃눈이 다 얼어 죽었다. 수확은 전혀 없다. 방법이 없다.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어놨지만 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더 방치할 수는 없고, 내년 농사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또한 이황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권 모씨(55)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그는 지난해 우박으로 피해를 입고, 또 올해는 꽃과 나무가 얼어 죽어 농사를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피해농가 대부분은 장호원 일대 대서리, 풍계리, 오남리, 이황리 등 저지대에 위치한 농가들로 장호원 전체 생산면적에 30% 차지한다.
이는 이천지역의 복숭아 재배 농가는 장호원 지역을 포함해 총 850여 가구로 768ha에서 연평균 1만2600여톤을 생산하고 있어 피해규모는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모 씨는 “장호원 지역에서는 600여개 농가가 500㏊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어 연간 200억~2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이미 30% 이상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농작물 재해를 선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농림부는 복숭아 꽃눈 피해를 조사와 함께 이천시도 복숭아 농가를 상대로 피해신청을 받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