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 탈락자 강력 반발…반(反)한나라당 정서 고개
일각에선 ‘이규택 견제론’에 의한 희생양 ‘설’ 조심스레 거론

이천지역 정치권이 난리가 났다. 통곡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발칵 뒤집혔다는 표현을 써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현역 시·도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한 탓이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지난 19일 오후 기습적으로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김문자 시의원만 살아남았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들 현역 시·도의원에 대해 이미 공천 작업에 착수하기 전부터 물갈이설이 나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여기저기서 ‘설마’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공천결과는 ‘설마’ 이상이었다. 해당 후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집단 탈당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몇몇 후보는 다른 당으로 옮겨 출마할 태세다.
이렇듯 이천 한나라당이 심각한 공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한나라당이)너무했다”는 것과 “이참에 물갈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무게 중심의 축은 반(反)한나라당 정서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기수 여주군수(한나라당)가 이범관 국회의원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이후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민심달래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지역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공천심사 과정에서 광역·기초의원 일부 선거구에 대한 후보자 추가공모가 공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드러나면서 탈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탈락자는 “추가공모를 통해 뒤늦게 뛰어든 후보들이 전원 공천권을 확보한 것에 대해 배신감마저 든다. 지금껏 충성을 다해왔던 당에 의해 버려진 만큼 더 이상 몸담고 있을 필요성이 없어 졌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공천을 확보한 후보자들도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 지방선거에 처음 도전한데다 현역들에 비해 세 싸움에서 다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한 탈락자는 “이규택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던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깡그리 탈락됐다”며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 무소속 연대를 통해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탈락한 현역 의원 전원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이 전 의원에게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규택 견제론’에 의한 ‘희생양’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쪽에서는 한나라당 공천후유증을 크게 반기고 있다. 선거구별 한나라당 유력 주자들의 공천배제와 무소속 출마가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한나라당이 절대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어느 선거구든 간에 결과를 쉽게 점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770호 4월 23일자 1면 게재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