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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국회의원 그리고 ‘동변상련’

데스크칼럼 이천저널l승인201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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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호 2010년 4월 23일자 [데스크칼럼]

19일 오후 휴대전화에 불이 났다. 공천결과를 묻는 전화였다. 상황 설명을 해주자 기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들은 대부분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뭐라고, 김문자 의원만 살아남았다고….” 그렇다. 공천확정자 명단에는 현역 지역구 시·도의원의 이름이 단 한명도 없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변이라고 했다. 물갈이 폭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각 예비후보 캠프에서는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그에 못지않았던 탓이다. 탈락자들 간 금 새 연락망이 구축됐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했다.
탈락 원인에 대한 분석도 많았다. 그중 가장 일치하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4년 전 5·31지방선거로 돌아갔다. 당시 이규택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던 후보들을 모조리 갈아치웠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나름 위안을 삼는 듯했다. 다 똑 같은 입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른바 동변상련.
21일 탈락자들이 어느 한 곳에 모였다. 탈당을 결심했다. 그리고 무소속 연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를 통한 후보 단일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마다 출마를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일화의 어려움은 중앙무대나 지역 소수 정치판이나 다를 바 없었다.
22일 오후 이재혁 도의원을 비롯한 공천탈락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동반 탈당선언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공천의 모든 과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탈당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천을 주지 않은 당에 대한 어떠한 원망도, 비난도 없었다.
여기서 잠깐,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무대를 4·9총선이 있었던 지난 2년 전 쯤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나라당 시·도의원 및 당직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규택 후보를 누르고 공천을 받아 해성처럼 나타난 이범관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그들은 이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엄청난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보기 좋게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고 보니 당사자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만하다. ‘배신자’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지켜왔던 한나라당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명언이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냉혹한 현장이 바로 정치판인 것이다. 다시 무대를 심각한 공천후유증을 앓고 있는 요즘세상으로 옮겨보자.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날 기자회견은 비교적 엄숙했다. 다수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않은 탓도 있겠다.
싱거운 기자회견이었지만 몇 가지 건져갈 것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김태일 의원의 입장 표명이었다. 3선 시의원 출신으로 시의회 의장까지 역임한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기 위해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케이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창당대회를 마친 미래연합 공천을 받아 도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피력했다. 미래연합은 이규택 전 국회의원이 이끌 정당이다. 김 의원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공천이 안 되면 (시의원이든 도의원이든) 모두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이다.
이렇듯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많은 후보들이 무소속 또는 다른 당을 통해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서다. 이번 지방선거는 볼만해졌다. 그것도 엄청 많이 볼만해졌다.
각 선거구마다 관전 포인트가 수두룩하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수식어가 이번에도 성립될지 벌써부터 관심 증폭이다. 한나라당 공천발표 4일째. 이제 더 이상 통곡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현수막 갈아치우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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