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한 순간 아름답게 피었다가 시들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꽃을 좀 더 오래 곁에 두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오래 전 압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압화는 꽃이나 잎을 하나씩 정성스레 눌러말려 두었다가 그것을 소재로 하여 창의적인 작품으로 재창조되는 평면 예술 작업입니다.”

이천시 들꽃문화원에서 학생들에게 압화를 가르치는 이춘희 선생의 설명이다.

지난 21일 증포동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 한쪽 방에서는 4~5명의 교육생들이 모여 압화 수업을 하고 있다.

“산초잎이 요즘에는 참 예뻐요.”

“우리집 앞에 단풍나무 씨를 말렸는데 어느 것을 표현할 때 쓰면 좋을까요?”

“이 꽃잎은 잘 마르지 않아요. 하지만 하얗고 노란 것이 너무 예뻐요.”

“산딸나무 꽃이 벌써 폈어요. 하얀색이 너무 예뻐서 도로상에서 차를 세울 뻔 했어요”

학생수가 적어 수업이 일방적일 것 같지만, 학생들 각자 내는 목소리가 더 적극적이고 진지하다.

이춘희 선생은 “압화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으며 주의력, 집중력, 인내력 등을 기를 수 있다”며 교육생들이 각자의 작품에 심취해 있다 보니 수업이 언제나 활력이 있다고 말한다.

▶▶노후 생활엔 꽃만큼 정서적인 것이 없다

교육생들 사이에서 왕언니로 불리는 경기희(59)씨는 말린 꽃잎 봉지를 하나하나 살피며, 풍경 작품에 쓰일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얼른 보면 종이 위에 수많은 꽃잎과 줄기며 잔가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멀리 안개가 짙게 깔린 숲속의 오솔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운 옛 추억을 생각해요. 하찮은 야생화를 보면서도 참 아름다운데 금방 사라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거든요.”

경 씨는 철을 놓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야생화를 보존하고자 압화를 배웠다. 작년 늦가을부터 배웠는데 벌써 작품이 40여개에 달한다. 현재 경 씨는 꽃을 만지고 있지만 밖에 나가면 치킨점 사장이다. 사업하기에도 바쁜데 요즘은 시간이 없다. 꽃을 채집하고 말리는데 모든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은 향기로운 꽃을 만지지만 당장 이곳을 나가면 치킨점 문을 열어야 되고, 취미 생활로 책도 읽고 글도 쓰기도 했지만 이젠 여유로운 생활은 뒤로 하고 오직 월요일만 기다려져요”

꽃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경 씨의 작품에는 분명 끝없는 호기심과 젊은 열정이 느껴진다.

▶▶직업으로 선택한 압화, 매력 만점

안병희 씨는 하얀 종이 위에 어떤 작품을 만들지 아직 결정을 못한 듯하다. 계속 옆 교육생들의 작업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미술교육과를 나와 미술 학원 강사도 지낸 교육생들 중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선택한 것이 이제 겨우 3개월째예요. 아직 배우는 단계다 보니 직업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느껴요”

아직 꽃잎을 채집하는 것이며, 작품 속의 한 부분에 어떤 소재(꽃잎, 줄기, 뿌리 등)를 써야 잘 표현되는지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같이 공부하는 회원과 선생님이 있어 많은 조언을 들으면 큰 도움이 된다”며 그룹 강의가 자신의 문제 해결에 안성맞춤이란다.

어떤 소재를 써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둘이서 똑같은 견본 그림을 보고 시작하지만, 나뭇잎, 꽃잎, 줄기 등 어느 것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색다른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각자의 감성과 표현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 씨에겐 이 또한 압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스트레스와 정신 치료에도 탁월해

교육생 중에는 자격증을 취득한 손수정(35, 주부)씨도 있다. 2005년 2월에 압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 2006년 6월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1년 4개월 만에 딴 것이다.

“손수정 씨는 건강상에 이유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했어요. 어느 날 수강실에 나와 힘들게 배우기 시작해, 이젠 전문가로써 뿐만 아니라 정신적 불안요인도 해결됐어요”라며 이춘희 선생은 그녀를 치켜세운다.

작업 과정에서 정신 집중과 작품이 완성된 후 느끼는 성취감은 손 씨의 모든 정신적 불안감을 해소했다.

손 씨는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것이 흥미를 가지게 되어 끝을 보겠다는 의지로 지금은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즐겁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어려움은 있었지만...

“처음에는 꽃가루가 덜한 꽃잎과 야생화와 줄기, 나무껍질 등을 소재로 시작했어요. 방법이 다 있더라고요. 지금은 주위에 선물을 할 때 전혀 고민을 안해요. 일주일 동안 정성을 다해 만든 압화 작품을 선물하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어요”라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한다.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주부들에게 어울리는 취미 활동

이날 ‘행복한 가정’이라는 작품을 완성한 조영순(49, 펜션업)씨는 행복감에 젖어 있다. 지산리조트에서 펜션업을 하는 그녀의 작품은 아마도 집안 인테리어로 활용될 듯 싶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객실 내에 제 작품이 하나하나 채워지는 것을 보면 너무 좋아요. 다른 수작업으로 하는 십자수와 동양자수 등 여러 작업을 해 봤지만 압화 만큼 좋은 작품은 없어요.”

조 씨는 자신이 경험해 본 십자수와 비교해도 작업 기간이 짧고 성취감은 더하다고 주장한다.

집안일을 잊고 집 주변의 산재되어 있는 나무와 꽃을 보며 재료를 채집하는 시간이 그녀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특히 집 안팎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전업주부에게는 최고의 취미 활동이에요.”

지금은 마을에서 경로잔치나 바자회가 있으면 자신의 작품 전시회를 하는 조 씨는 이웃들이 희귀한 꽃을 보면 먼저 알려준다고.

압화는 여러모로 매력 덩어리다. 꽃, 자연, 여성이 존재한다.

이춘희 선생에 따른면 전국에 3000여 명이 넘는 동호인 있고. 꽃은 지구상에 33만여 종이 넘는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압화를 위해 주변의 자연에서 채집하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단체로 채집은 자연을 훼손하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자연의 선물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아끼며 가꾸는 것이라는 마음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압화, 이런게 궁금해요...

1. 꽃은 어떻게 말리나요?

예전에는 책갈피 속에 꽃을 눌러서 말렸습니다. 요즘은 수분 흡수가 좋은 특수 종이 사이에 넣어 5~7일 정도 종이를 갈아주면서 말려줍니다.

2. 무슨 꽃을 말릴 수 있나요?

특별한 꽃만 압화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꽃이나 잎, 잡초들, 나무줄기나 뿌리 그리고 과일(키위, 오렌지, 수박, 포도, 딸기 등)과 채소(가지, 오이, 쌈 류, 버섯, 피망 등)들도 모두 압화의 좋은 소재입니다.

3. 어떻게 꽃의 색이 변하지 않나요?

꽃을 눌러 놓은 다음 오랫동안 방치해 두면 변색의 원인이 됩니다.  젖은 종이에서 마른 종이로 하루에 한번 정도 바꾸어 주어야 하며 수분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말려주는 것이 변색을 막는 방법입니다.

4. 작품의 보존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완성된 압화 작품의 보존 기간은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체의 수분을 제거했으므로 시들거나 썩지 않습니다. 다만 자연 소재이므로 자외선이나 뜨거운 열을 오래 쐴 경우 누렇게 변할 수 있습니다.

5. 소재는 어떻게 구하나요?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모두 다 좋은 압화 소재입니다. 꼭 희귀한 꽃을 말려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을 채집할 때는 절대로 뿌리째 캐지 말고 공원에 조성된 식물이나 보호 식물등을 훼손해서는 안되며 꽃이나 화분을 구입해서 잘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양동민  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