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새벽, 창전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일용직근로자들로 북적인다. 6시가 조금 지났을까. 인력사무소에 순두부가 배달된다.

이른 시간에 일터에 나오느라, 또는 형편이 어려워 아침을 챙겨먹지 못한 근로자들을 위해 예광교회(목사 최성운) 교인들이 봉사를 나온 것이다. 하나 둘, 사무실로 모여든 사람들은 정겨운 아침인사와 함께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씩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경기침체에 실업난이 극심한 요즈음, 그나마 따뜻해진 날씨 덕에 일거리가 없어 허탕을 치는 일은 없다니 다행이다.

지난겨울, 새벽기도를 다녀오던 이계찬(이천여주경실련) 위원장은 인력사무소 앞에 모여 서성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게 됐다고. 인력사무소에 물어보니, 겨울철엔 일거리가 없어 그렇게 서성이다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아침을 거르고 나와 끼니를 굶은 채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경실련 회원들과 함께 매일 새벽, 빵과 두유를 나누어 주기 시작한 것이 5개월째다.

6시에 시작한 빵 배달. 한곳 한곳을 거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위원장의 발걸음이 다급해진다. 7시쯤이 되면 대부분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현장으로 작업을 나가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라도 더 빵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계찬 위원장의 뜻을 전해 들은 예광교회 최성운 목사는 교회에서도 한 곳을 맡아 후원하기로 하고, 지난 3월부터 2명씩 조를 이룬 교인들이 순두부 배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 일용직 근로자는 “현장의 80%가 아침을 주지 않는다”면서 “아무 연고도 없는 분들이 이렇게 아침을 챙겨주니 더없이 고맙고 미안할 뿐”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편 이들의 봉사활동은 단순히 봉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생계형 범죄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죄율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이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려는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곳곳의 인력사무소에 빵을 전달하며, 일용직 근로자 중 절반 가량이 외국인 노동자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사회의 무관심과 생활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도 어느 한 부분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판 ‘조승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우리의 작은 정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범죄율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봉사에 동참하고 있는 경실련 ‘작은 사랑 나누기’ 신종옥 담당자의 말이다.

이계찬 위원장은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천 원씩 후원해 만들어진 경실련의 ‘작은 사랑 나누기’ 기금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며 “현재 10곳의 인력사무소에 빵을 전달하고 있지만 관내 30여 개의 인력사무소에 모두 전달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한다.

또 이 위원장은 “우리(경실련)는 자선단체가 아니라 소외되고 관심이 필요한 부분을 사회에 알리는 시민단체”라고 강조하며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강령을 되새긴다.

이석미 기자  lee@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