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졸리지 않는 재밌는 과학 수업은 없을까?”
선생님 “잘 들어보면 재밌는 과학 수업이 될 텐데…”

식물이란 줄기와 잎, 뿌리, 꽃과 열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초등학교 때 배우는 식물론이다. 그 내용도 주로 외부 구조 관찰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초등학교 때 배운 식물의 외부 구조보다는 내부 구조를 주로 다루게 된다. 그리고 이들 기관이 담당하는 기능에 대해서도 배우고, 식물체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이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학습은 중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부 구조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관념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을 암기 과목으로 이해하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학생들은 “우리가 졸지 않도록 재미있게 수업 좀 해주시면 안 될까?”하고 선생님에게 기대한다. 반면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졸지 않고 들어주면 신나고 재미있는 수업이 될 텐데”하고 기대한다. 그렇다면 재미도 있고 교육 효과도 있는 그런 학습 방법은 없을까? 내가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시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수업 방법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배우는 현장 탐구 학습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이 직접 관찰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른바 학습자 중심이 되어 자기 주도적으로 식물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곧 자기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 현상에 친숙해지며 흥미와 호기심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탐구 학습이다.

>> 조 편성과 주제 선정, 그리고 역할 분담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조 편성을 한다. 여러 명이 팀을 이루고, 그 팀을 이끌어갈 조장을 뽑는다. 조의 이름도 조별 토의를 통해 정한다. 수업은 주로 과학실에서 이루어지는데, 과학교사는 항상 과학실에 상주하며 각 조에서 실험기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관찰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쉽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단원을 재구성하고, 조별토의를 거쳐 실험해야 할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한다. 겹치는 경우는 서로 타협하여 정한다. 이를 도표로 만들면 왼쪽 표와 같다.

수업의 흐름은 간단하다. 자, 수업이 시작되면 각자 우리 주변의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둘러본다. 자기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살핀다.(개별화) 조별 토의를 통해 각자의 관심을 이야기하고 함께 탐구할 과제를 정한다. 또 각자 맡을 역할도 나눈다. 관찰과 실험으로 탐구한다.(조별 활동) 이때 반드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수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별로 관찰한다. 간혹 학생들은 조별 주제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관심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는 이를 적절하게 통제한다.

각자 조사한 결과를 정리하여 자료로 모은다.(부분적 접근) 이 자료를 통합해서 관찰 보고서를 쓰고 발표할 자료로 만든다.(통합적 접근)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하여 개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되 이미 배운 지식과 주제 학습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지식과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해 준다. 조장은 조원들의 보고서를 취합하여 발표물을 만든다. 자료나 보고서는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

완전히 재구성한 결과물을 조별로 발표하여 조별간의 정보를 교환한다. 서로간의 의견이 활발히 교환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여 질의ㆍ응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제시할 수 있는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느낀 점을 기록한다.(내면화)

■ 철쭉조 :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조차도 우리가 잘 몰랐던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평소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관심을 좀 더 가지기로 했다. 또 선생님께서 재료를 준비한 것으로 수업할 때는 재료들이 “그저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으로 적당히 수업시간에 듣고 보고서만 제 때에 써서 내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런 수업을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관찰하고 정리해서 발표까지 하며 친구들에게 우리조에서 탐구한 내용은 우리가 박사라는 생각으로 기억에 많이 남아 성적도 오를 것만 같아 자신감이 절로 나는 것 같다.

■ 민들레조 : 먹기만 하던 열매가 관찰을 해보니 정액과 밑씨가 만나서 수정이 된 결과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사람의 뇌가 생각하는 것처럼 신비하게 꽃가루관을 따라서 밑씨에 도달하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한 송이의 꽃을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따서 발로 밟아 버린 나의 잘못이 꽃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교정에 피어있는 풀과 나무 그리고 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 국화조 : 우리 조는 꽃의 생김새를 관찰했다. 꽃의 색깔만 초등학교 때 관찰하다가 꽃잎의 생김새, 암술, 수술의 존재, 서로 붙었느냐 갈라졌느냐의 따라 꽃의 생김새가 다양했다. 마치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 다르게 생기듯이 말이죠. 말은 없어도 꽃들도 저마다의 임무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식물도 이러한 사명이 있는데 우리 중학생들은 더 많은 해야 할 일이 있겠죠. 열심히 공부하여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현장 탐구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은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선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졌다. 주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심화 과정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집중력이 향상되는 등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자리를 잡아 갔다. 과학에 흥미를 보이지 않던 학생들도 차츰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교사 자신도 도전 문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경남중학교 이양순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