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이전반대 이천시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토지공사 사옥 앞 공터에서 주민 2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군부대 이전 결사반대 범시민 규탄대회’를 가졌다.

신둔, 백사, 장호원 등 이천지역 주민들은 이날, 송파 신도시 예정지에 있는 군부대를 이천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에 반발해 성남 분당 한국토지공사 앞에서 4시간여 동안 집회를 갖고 토지공사 사옥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진압으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진입을 막았으며 경찰과 주민들간 충돌로 주민과 경찰 10여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분당소방서는 밝혔다.

주민들은 국가안보에 대한 님비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신도시에 등 떠밀린 군부대 이전 결사반대’라고 쓴 현판과 ‘이천시민은 군인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나왔으며,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 대부분은 군인을 상징하는 예비군복와 모자를 착용했다. 이어 주민들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데 대해 토공 사장 면담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문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주민들은 피켓과 만장 깃대를 내리치고 물병을 던지는 등 강하게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진압으로 토지공사 진입을 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20여명은 사옥에 들어가려고 담을 넘었다가 격리차원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진압경찰은 곤봉과 방패, 소화기로 시위대와 맞서 과격진압의 양상까지 띨 뻔했다.

경찰은 주민들이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자 물대포를 수차례 쏘며 저지했고 이 때 휠체어를 타고 있던 장애인 2명 등 일부 주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토지공사 주변에 25개 중대 2천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사옥 전체를 철통같이 원천봉쇄했다.

규탄대회에 앞서 신광철 범대위 공동대표는 “토지공사가 국방부와 밀실 협약으로 군부대 이전 부지로 이천을 선정한 경과를 따져 묻기 위해 올라왔다”고 밝히며 “군부대 이전이 국가 안보 논리가 아니라 송파 신도시 건설이라는 개발 논리로 이전이 추진되는 것으로 송파에 아파트를 짓는 것 때문에 평온하게 살아온 농촌마을 주민들을 하루아침에 고향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일 범대위공동대표(이천시의회의장)은 투쟁사에서 “우리는 2중 3중의 규제를 겪어 왔다. 또다시 군부대 이전이라는 규제를 당하는 것은 이천시민을 확인사살하려는 것”이라며 “군부대 이전 반대를 위해 이천시민 최후의 일인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 조철현 집행위원장은 집회에서 낭독한 대정부 투쟁선언문에서 “군부대 이전이 개발논리에 밀려 이뤄지는 것으로 각종 규제를 받아온 이천에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려는 행위”라며 “일방적으로 발표된 이전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최후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규택 국회의원은 “국방부도 책임이 없다고 하고 토공도 책임이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조병돈 이천시장은 “이천에 신도시를 짓겠다고 송파로 군부대를 이전한다면 받아주겠느냐”며 “하이닉스 증설을 거부한 이유가 팔당상수원 보호였는데 군부대에서 대량의 오수(하루 1천400t)와 폐기물(연간 2천t)이 배출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하이닉스 증설에서 문제삼았던 구리배출 농도만 해도 하이닉스의 70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는 장애인단체 회원 200여명이 참석해 군부대 이전예정부지 내에 장애인 종합체육시설(장애인 선수촌)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470만 장애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규택 의원과 조병돈 시장, 범대위 집행부 등 다섯 명은 이날 토공 김재현 사장과의 면담에서 이전 철회를 요구했고 김재현 사장은 “토공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방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양측 면담 중 한때 감정섞인 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