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흙을 좋아한다. 만지고 손으로 느끼면서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표현’이라는 창의적인 미술행위를 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까지 거름이 되어 어른들은 절대 끼어들 수 없는 세계로 자신들을 이끌어 간다. 태초에 인간은 흙으로 빚어졌다고 했던가! 그 자연 속에서 얻어진 흙과 불을 통해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문화적인 요소들을 만들어 냈고, 흙이라는 어감은 따뜻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 따스함을 아이들도 느끼는지 미술 수업 과정 중 찰흙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사물을 만드는 활동이 가장 인기가 있고, 마치 흙과 대화라도 나누는 듯 인내를 가지고 작업하며 좋아한다.

“설봉중학교에서는 도예 특기자 육성을 통해 도예에 관심이 많고 재주가 있는 학생들이 도자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도예의 기본 과정부터 쉽게 해볼 수 없었던 소성 과정까지 참여하며, 그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매년 이천 도자기축제에 참가 도자기 부스를 설치 운영하는 등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을 발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번 수업에서 다루어진 토기 만들기의 주제는 ‘자연을 닮은 토기’다. 자연이라고 하면 주변의 풍경, 인물, 동물들을 표현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형태도 있지만 토기를 만들면서 우러나는 소박하고 질박한 느낌을 통해 자연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토기를 성형하는 방법은 핀칭, 코일링, 판성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크기가 다소 큰 작품은 코일링을 이용해 쌓도록 유도했다. 코일링은 제법 큰 그릇의 형태를 만드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랫부분부터 천천히 말아 올려 코일끼리 떨어지지 않도록 맞붙이는 작업에는 상당한 공을 들어간다.

>>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미리 그림을 그려보자

그릇이라는 형태에 자연적인 형상을 접목시키라고 하면 아이들은 막연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 도자기를 잠시 엿보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참외, 대나무, 청개구리 등과 같은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연적과 주전자, 그릇과 항아리에 쓰인 소재는 대부분 자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친근한 형태들이다.

이런 도자기들을 감상하다보면 그림이나 형태뿐만 아니라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들 귀얄, 박지, 인화 등에서부터 부조나 상감, 투각기법까지도 접하게 되어 아이들의 표현 영역과 구상 능력을 한층 이끌어 준다.

도자기를 감상한 뒤에 아이들이 나름대로 구상한 스케치를 보면 백조와 꽃, 대나무와 사람 등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 그 형태를 변형시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토기에 어울리는 표현들이 복잡한 구조보다 단순한 표현들이 더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백조를 응용한 토기, 풍경이 있는 토기, 대나무 형태의 토기 같은 형태의 변형 속에 숨어 있는 단순함과 강조, 과장, 왜곡 등의 표현 방법은 매우 개성적으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전체적인 형태를 만들고 질감과 세부 묘사도 하고

도자기 흙을 나누어 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눈은 호기심에 반짝인다. 급한 마음으로 흙에 손이 가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미리 구상한대로 자신이 계획한 작품에 알맞은 성형 방법으로 어떤 방법을 택할 건지, 그때 필요한 용구는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게 한 뒤 만들기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형태의 크기와 모양이 정해지면 성형 방법 중 한 가지를 골라 그릇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형태가 갖추어지면, 세부 형태를 만들어 붙이고, 질감 등을 표현하여 마무리 한다. 많이 쓰이는 성형의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핀칭(pinching)은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성형하는 방법이다. 점토덩어리를 엄지로 흙덩어리의 중심부분을 내려 누르며 표현하고, 기벽의 두께가 일정한 기물이 만들어지면 입 가장 자리를 자르고 부드러운 스펀지나 가죽으로 매끈하게 처리한다.

코일링(coiling)은 점토로 타래를 만들어 말아 올리는 기법으로 평평한 밑판을 만든 다음 코일을 말아 붙인다. 코일모양을 살리려면 안쪽만 힘을 주어 코일끼리 잘 붙도록 다듬는다.

판 성형(slab building)은 두께가 고른 점토판을 만든 다음 필요한 크기로 자르고, 접합 부분이 건조하는 과정이나 소성과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이는 부분을 긁고 물 칠을 하여 붙이도록 한다. 

표현 과정에서 아이들은 미술의 조형적 방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더라도 어느새 작품에 붙이기, 투각하기, 과장 단순화시키기 등의 제법 변화 있는 기법들을 쏟아내는 것을 볼 수 있다. 토기에 자연물을 만들어 붙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토기 자체의 형태를 새나 동물, 인물 등의 모습으로 변형시켜 표현하는 것도 다양한 발상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 감상 시간에 나누는 톡톡 튀는 대화들

항상 실기 수업 후 감상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환호와 아우성. 교사는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도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이미 충분히 감상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해 나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정말 생생하고 기막힌 언변들이 쏟아져 나온다. 스스로 만들었기에 그만큼 작품에 대한 할 말들도 많을 것이다. 

토기의 좋은 점은 흙을 빚어 만들 때의 그 느낌을 가마에 구워내도 그 포근하고 소박한 느낌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다른 도자기에서 느낄 수 없는 점이다. 그리고 토기만큼 아이들의 작품세계와 잘 맞아 떨어져 손에 느껴지는 촉감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정서적인 영향도 크다고 하겠다.

흙의 성분에 따라 각기 달라진 토기의 색상들, 아이들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도 몰입을 하지만 굽을 깎고 스펀지로 다듬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 안에 하나 씩 집어넣을 때 정성을 다한다. 자신이 만든 토기에 유약이 종류별로 시유가 될 때 재미있어 하고, 바르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유약의 모습에 함성을 지른다. 그리고 눈빛을 보면 또 욕심을 부려 그 다음 작품을 위한 준비를 마음속으로 남모르게 하는 것 같다.

도자기 수업은 흙의 구입이나 도구, 정해진 시간으로 인해 정규 수업에 적용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방법의 하나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활동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나 특기자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 끊임없는 변신 속에 커가는 상상력과 에너지

존 코플라스가 얘기한 “점토는 그 자체의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고도로 유동적이며 또한 전성(展性)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라는 말처럼 흙을 이용해 아이들은 제 마음대로 뭉쳐 사람을 만들었다가, 괴물을 만들었다가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다시 뭉쳐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한 변신, 그 변신을 거듭하며 그 속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만들수록 더 커져가는 에너지를 볼 수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의 하나인 도자기를 응용한 수업은 조상의 얼과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수업활동으로, 여기에 아이들이 지닌 살아있는 내면을 흙의 느낌을 살린 토기에 접목시킨다면  더없이 따뜻한 교육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