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원을 탐색하는 노력은 꾸준히 성과를 축적했지만
문학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공전을 거듭했어.”

“예술의 기원처럼 문학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을까?” 

“모방충동설이니, 쾌락본능설이니 하는, 따지기 말이야? 인간은 모방적 동물이란 말을 먼저 하고 싶은 거야?”

“그래, 인간은 자신의 주위를 모방하려는 충동을 지니고 있다, 그거야.”

“모방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어린아이들을 가장 가까운 예로 들 수 있겠군.”

“간단해 보여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나온 이야기야. 철학자 칸트에게는 유희본능설이 나왔지.”

“인간의 유희본능?”

“사람에게는 종족 보존과 생명 보존이라는 강한 본능이 있단 말이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본능을 채우기 위해 온갖 정력을 다 쏟는단 말이야.”

“그런데 두 본능을 충족시키고 난 뒤에도 사람에게는 남아돌아가는 정력이 더 있단 말이지.”

“그거야, 유희 본능.”

“예술은 식생활과 무관하단 말인가? 종족이나 생명을 보존하려는 본능과 무관하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 생활과 무관해 보이는 예술 작품들이 종교나 신비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부호나 상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잖아.”

“문학의 기원을 따지는 사가들의 학구열이야말로 그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그들이 기원을 찾아 떠나 거슬러 간 까마득한 시절에 도대체 ‘문학’이라는 개념이 있었겠느냐는 말이야.”

“‘문학’이라는 개념이 통용되지 않았던 곳에서 문학적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는 문학이 아니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그것을 문학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오늘날의 문학적인 관점이지, 고대의 문학적 관점은 아니라는 말이군.”

“문학에서도 기원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자체가 19세기 진화론적 실증증의의 영향에 기댄 것이니까.”

“모든 것의 원초적인 모습을 찾아내고 싶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없이 적당하겠지.”
언어, 문학, 인간의 기원을 찾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었지만 문학의 기원만큼은 찾기 어려웠어.”

“이를테면 그건 인간이 어떻게 자기를 표현하기에 이르렀는가 하는 문제를 묻는 거잖아.”
“희망과 추측의 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니까.”

“인간의 기원을 탐색하는 노력은 생물, 물리학의 발달과 함께 꾸준하게 연구 성과를 축적했지만 문학의 기원은 공전을 거듭했어.”

“언어학자들은 1910년대에 하나의 강령을 채택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더군. 문학의 기원은 더 이상 학문적인 대상을 이루지 못한다고.”    

“문학에 관한 기원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대부분 허구의 논리에 기대고 있으니까 문학 자체에 대한 탐구로 바뀌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란 말이겠군.”

“마치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을 가르면서 소모적으로 전개되는 논쟁을 떠올리는 바가 있네.”
“어떤 주제나 주장이 이미 결정된 것이라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어려움이 따를 이유가 없겠지.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문학(텍스트)이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출발한 게 잘못이지.”
“그렇겠네. 작품이 지니는 의미라든가 문학성이란 결국 작품을 통일적으로 인지시키는 관점이잖아.”

“무엇보다 문학은 단답형이 아니니까. 단일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걸 오해하는 거짓 논쟁들이 기원에 관해 떠들고, 단답을 찾으려고 애쓰고, 내용과 형식의 문제를 거론해댄다는 말이겠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문학이란 18세기 이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겠지.”

“예술(Art)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문학이란 말은 12세기 초에는 ‘글쓰기’라는 뜻을 지녔어. 이후 3백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15세기 초에는 ‘지식의 총체’라는 뜻으로 사용됐고.”

“그러니까 그때는 지식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말로 쓰였다는 거지.”

“오늘날처럼 예외적인 개인으로서의 작가(또는 예술로서의 문학)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지.”

“그러는 동안 네 가지 형태의 작가가 존재해왔는데, 모두 문학가로 취급되었어.”

“덧붙이지 않고 베끼기만 하는 스크립터, 자신의 것이 아닌 모든 것을 덧붙일 수 있었던 편찬자(complator),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원전에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주석자(commentator), 그리고 다른 사람이 생각한 것에 기대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감히 발표하는 저자(author)가 그들이야.”

“그들 네 부류가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지식을 보존, 확대,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왔지. 그 지식의 근거가 된 것은 고대 대가들의 작품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