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공정은 이천공장에서, 후가공은 구리공정이 가능한 청주공장 또는 제3공장에서 최종공정을 마무리로 분리하는 ‘엔드팹’ 개념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 2일, 서울 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투자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구리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만을 이천에 증설하는 방안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한데 이어 다음날인 3일에는 “환경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천공장 증설 방안을 검토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을 포함한 증설을 요청했었고 정부는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내에 구리 공정을 제외한 이천 증설 가능성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가 구리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만 이천지역에 증설하겠다는 것은 이른바 ‘엔드팹’ 개념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엔드팹’이란 반도체 전체 공정 중 초기 공정과 마무리 공정을 분리, 각기 다른 라인에서 처리하는 개념이다.

‘엔드팹’은 웨이퍼 생산 공정을 이원화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는 점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이 최종 불가 판정을 받을 경우,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40나노 이하에서 본격 도입될 구리공정이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엔드팹에서 처리하고 있는 메탈 공정을 거의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구리 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이천공장에서는 구리 공정 직전까지의 70∼75% 공정을 소화하고, 구리공정이 가능한 청주공장 또는 제3공장에서 최종 공정을 마무리하면 된다는 이론이다.

김 사장은 “정부의 환경 정책이나 기본 방침에 공감하고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환경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이닉스는 두 곳에 공장이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개념은 다소 다르지만 전공정 처리를 거친 웨이퍼를 다른 지역의 후공정 공장으로 옮겨 패키징하는 사례가 많다”며 “좀 더 검토가 필요하지만 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이천과 청주 공장의 생산 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리 과정에 있는 웨이퍼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추가 가공하게 되면 운송 비용과 수율 저하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다”며 “아직은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청주산업단지 내 삼익 터 10만 8000여m² 매입 계약을 체결한 하이닉스는 곧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공장 증설에 나서 이르면 내년 4월경에 완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