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불허 결정에 항의하는 이천시민의 함성은 과천 종합 청사를 흔들고 그들의 분노는 하늘을 울렸다.
지난 26일, 과천종합청사 앞 운동장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기 서린 군중들의 “하이닉스를 지켜내자”는 구호 소리로 후끈 달아올랐다.

운동장은 온통 ‘눈뜨고 도둑맞은 하이닉스 투쟁으로 찾아오자’ ‘날개꺾인 하이닉스 온 국민이 절규한다’ ‘균형발전 허상이다 나라살림 깡통 찬다’는 구호가 적힌 다양한 색깔의 피켓, 깃발 등으로 물결쳤다.

이날 집회에서는 조병돈 이천시장을 비롯해 김태일 이천시의회 의장, 권혁준 이천시범시민대책위 수석대표를 비롯해 여성 단체를 포함 이천시민 200여 명이 단체로 삭발을 해 강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으며, 이를 지켜보던 4000여 명의 이천시민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같이 슬퍼하고 통곡했다.
이날 잘려진 200여명의 머리카락은 도자기에 담겨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 전해질 예정이다.

이천시민 4000여 명은 이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설봉공원에 대기한 110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과천 청사로 집결했으며, 집회 초반부터 적극적인 투쟁의지를 보였다.
일부 시민단체와 지도자들은 상복을 입고 ‘하이닉스’를 상징하는 관 앞에서 곡을 하는 등 정부의 하이닉스 공장 증설 불허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수도권 규제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조병돈 이천시장과 이천시의회 의장 등 시민 200여명의 단체 삭발식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경기도 수장으로서 결국 시민들이 머리카락까지 자르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책임을 통감한다”며 목소리를 흐렸다.

김 지사는 “이천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만들어 그들을 먹였지만 결국 결과를 이렇게 만든 것은 너무한 일”이라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은 우리가 흘린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없어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하이닉스는 세계적 반도체 공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늘리겠다는데 이를 막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며 반문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이천 하이닉스는 경기도의 효자기업이자 황금돼지”라며 “이런 황금돼지를 외국으로 내쫓으려는 정부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삭발한 조병돈 이천시장은 “반 기업 코드와 수도권 발전의 발목을 잡는 기업 규제 개선이 경제성장의 근본임을 망각한 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며 “이천보다 인구 3배, 인구밀도 10배, 사업체 수 3배, 재정 자립도 1.3배인 청주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면서 낙후된 이천시를 죽이는 것이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 논리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청주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74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청주를 고집하는 정부를 규탄할 수밖에 없다”며 “하이닉스는 외환위기를 이천시민과 함께 극복한 기업인데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기업을 말살하는 정부”라며 결의에 찬 대정부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규택(한나라당) 국회의원도 하이닉스 사태와 관련 “어제 삭발할 때 우리는 많이 울었다”면서 “앞으로 다된 밥상을 뒤엎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범시민 총사수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항의 시위를 벌인 뒤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등 수도권 규제 관련 부처를 상징하는 5개 관(棺)을 앞세우고 집회장소를 한 바퀴 행진한 뒤, 과천 종합 청사 진입을 시도 했으나 정부청사 앞에 30개 중대 3000여명의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하다 무산 됐다. 시위대는 청사 앞에서 경찰차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며 강하게 대치하다가 30여분만에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탄 차량이 서울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을 우려해 교차로마다 경찰 병력을 투입시켜 차량 흐름을 막아 과천시내가 한동안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청계터널 요금소 근처에서 차량에서 하차해 4차로 차선을 막으며 깃발을 흔들면서 거리를 질주하기도 했으며 일부 차량은 귀가 도중 청계터널을 막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양원섭 기자  won@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