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던 정부의 의욕과는 달리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 허용 여부는 결국 단 하나의 실마리도 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이를 지켜보던 하이닉스와 이천 시민의 바람은 다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정부의 노력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산자부 이재훈 차관보를 팀장으로 재경부ㆍ산자부ㆍ환경부 직원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조사반(TF)을 편성, 하이닉스 공장 증설 부지를 돌아보며 허용 타당성 검토를 위한 현장 조사 활동을 폈다. 그러나 “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연내 결정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은 현 시점에서 제도적 문제 등을 감안해야 함으로 올해 중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여부에 대한 입장 발표는 내년 초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합동조사반의 특징은 재경부와 산자부, 환경부가 모두 참가했다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사실상 증설 허용 쪽으로 기운 산자부와 재경부가 주도한 조사반에 환경 보존 측면에서 거부 의사를 밝혀왔던 환경부가 일단 조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강경한 환경부가 최소한의 모양은 갖추어준 셈이다. 

여기에 응대하듯 정부에서는 이번 조사 내용을 토대로 허용 여부를 검토했으나, 당장 정부가 증설을 허용하더라도 이를 법률적으로 보완하는 데에 최소한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허용을 해주더라도 2년 안에는 힘드니 시한이 급박한 시설은 청주 공장에 증설하라고 하이닉스를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급적이면 증설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이 문제가 수면 밑으로 사라져 해소되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그 허가 여부를 새 정부로 넘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인 것이다.

일단 정부 측은 더 심도 있는 검토를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 올해를 넘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번 부지 조사를 토대로 내년 초 이천 공장 증설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모양 갖추기, 시간 벌기에 나선 정부 측에 하이닉스는 언제까지 지켜보겠다는 수동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