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부래미 마을이 시작된 지 만 4년이 되었는데 농촌 체험을 오신 분들께 약 3억 원어치 정도 물건을 팔았다. 앞으로 농산물 판매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거 같다.”

“올해 부래미 신문을 발간했는데 외주에 의해 만들다보니 내용이 너무 도시적이다. 편집위원회를 구성했으면 좋겠다.”

“신추1리의 고품질쌀 생산 단지에서 미질 향상에 노력한 결과 반응이 좋다. 진상골에서도 물건을 더 보내달고 한다.”  

“친환경도 좋지만 검증되지 않은 유기질 비료는 조심해서 쓰자.”

지난 23일, 장호원에서 율면 가는 길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작은 모임이 열렸다. 총 회원이 27명이라는데 그마저 대동회에다 각종 연말 모임이 겹쳐 참석 인원은 열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연말이면 되풀이 되는 기수별 모임에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각종 모임을 떠올린 사람들은 모름지기 이들이 나눈 녹녹치 않은 대화에 이미 눈빛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 모임이 바로 <율면 사랑 공부 모임>이다. 이천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기 이전에 이미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모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이 모임은 2005년 첫 외부 강사로 유승우 시장을 강사로 모셔 더욱 더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김민호 회장(63세)은 이 공부 모임이 만들어진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한 3년 전에 수원에 있는 농업연수원에 교육을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연수를 들어갈 때마다 당시 연수원장이던 이상용 원장께서 율면이 고향이라며 뜻을 같이 하는 율면 사람들이 모여 따로 공부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를 했어요. 그 바람에 교육을 들어갔던 분들끼리 서로 연락을 해서 16명의 회원으로 공부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이때가 2004년 3월 경. 이렇게 결성된 모임은 처음엔 회원 집을 돌며 농장 상황을 둘러보고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관광대학 황길식 교수가 모임의 취지와 진지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율면 공부 모임의 지도 교수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듬해에는 이상용 원장과 황 교수의 도움으로 국내 유명 강사를 초청,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이런 인식 아래 자신과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조금씩 깨우치기 시작했단다.
“내가 살고 있는 율면 지역의 강점과 약점, ‘내 사업이 철저하게 망하는 길 열거해보기’ 등의 숙제를 받아 발표할 때는 폭소가 터져 나왔어요. 그러면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기 진단도 하게 됐지요.”

한해 동안 유명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다보니 몇 가지 문제점도 생겼다. 외부 강사에 치중하다보니 회원간의 친목 도모와 관리에 소홀해져 소외감마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올 한해는 회원간의 융화와 친목에 비중을 두자고 모임을 이끌어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모임은 자연스럽게 부부 동반 모임이 되었고, 또 사진이나 야생화 모임 같은 취미 활동도 보태졌다. 그동안 두 차례의 사진 전시회도 열렸다. 식사 시간에 앞서 가진 김민호 회장과 신동윤 농업인상담소장의 색소폰 연주도 그 일환인 듯했다. 

이 모임은 내년 화두로 다시 정체성을 묻는다. 왜 우리는 이 공부 모임을 갖는가? 그렇게 해서 도출된 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개인의 역량과 경쟁력 강화다. 그리고 지역의 발전과 개발의 주체가 되자.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방안이 뒤를 잇는다.

그리고 그 지름길이 율면의 숨은 인재를 찾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여기서 숨은 인재란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부지런히 자기 개발에 힘쓰며 회원 간에 정보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 이들과의 연대가 농촌을 새롭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에도 이런 모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드는 그런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