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스페이스 ‘사이-사이 간간간展’

▲ Mr. 주저리의 극화.

“너무 늦게 알려드려서 죄송한데요, 내일 저희 샘표스페이스 오프닝이거든요. 만화가인 부부와 여섯 살짜리 아이까지 한 가족 세 사람의 만화작품이 전시됩니다. 오실 수 있으세요?”
강경석 갤러리스트의 전화를 받고, 만화가들의 미술관 외출은 그리 흔치 않다는 점에서 기대가 됐다.

들어선 전시장 안엔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국남 작가가 출강하는 서울 송곡여자정보산업고 만화영상과 학생들이 초대돼 왔고, 이번 오프닝은 종래의 공연예술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곡리 주민 초청 노래방으로 진행된단다.

▲ 크로키.

홍서희 큐레이터는 ‘사이-사이 간간간展’이란 전시제목을 만화와 만화가의 작업을 들여다보면서 다른 예술장르와 무엇이 다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 보려는 뜻에서 붙였다고 말했다.

주민, 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작품과 작업에 대해 얘기하는 만화가 야무, 양양, 그리고 Mr 주저리의 첫인상은 만화가라는 타이틀에 앞서 진정한 예술가들이라는 감동이 먼저 느껴진다. 아니 예술가이기 전에 아름다운 한 가족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인다. 한 가족으로서의 세 사람의 관계에서부터 스쳐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그걸 가족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고, 서로 즐기며 창작을 이어가는 삶의 멋진 모습으로 봐도 무방하리라.

▲ 양양의 작품.

"엉덩이가 머리에 달려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로부터 무궁한 상상의 세계로 양양과 Mr. 주저리를 끌어들이는 야무. 슬픈 사람을 보면 옆에서 끙끙거리다 크리넥스 한 장을 던져주고 조용히 한숨을 푹푹 내리 쉰다는 생후 54개월의 야무(김양극렬).

어린 시절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고 물로 배를 채웠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도시락 툰으로 '요리와 만화' 사이의 그 따뜻하고 맛있는 기억들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양양(양은순, 34세)은 자신이 현재까지 접했던 소중했던 물건들로 추억을 담아보는 '물건과 사람' 연작으로 저 ‘백제의 미소’ 같은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의 얼굴을 선보인다.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의 손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그리고 싶어하는 Mr 주저리는 그 동안 틈틈이 그린 500여권의 크로키북에서 엄선한 작품과 극화의 일부로 전시장을 꾸몄다.

지하철 속에서, 거리에서, 심지어는 걸어가면서까지 마치 사진을 찍듯 10초에서 늦어도 1분 이내에 크로키를 해내는 그는 “그 짧은 순간 속에서 가장 의미있고 선명하며 아름다운 선을 잡아내 그린다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 끊임없이 그리게 된다”며 자칫 가벼운 긁적거림이나 낙서로 취급되는 만화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예술작업인지를 작품으로 보여줬다.

▲ 오프닝.

장애인을 위한 애니와 만화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됐다는 이들 부부는 여러 공모전에 각각 많은 수상 경력이 있다. 차츰 사라져가는 토속적이며 한국만의 분위기가 담긴 작품을 추구하고 싶다는 김국남 씨는 현재 서울에서 전시중인 ‘동아 LG 국제만화페스티벌’ 극화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찾는 분들은 일단 여기부터 들러보길.

* 7월 21일 ~ 8월 20일, 장소 : 샘표스페이스 (호법면 매곡리 샘표공장 내). 홈 페이지 www.sempiospace.com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