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잘살기보다 마음으로 잘살기여야

기민하고도 자발적인 수해복구

▲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 일부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

집중호우로 강원 산간지역의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던 18일, 새마을운동 이천시지회에선 신광철 지회장을 중심으로 긴급회의가 열렸다. 홍수가 마을을 덮쳐 식수와 식량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피해지역 현장 상황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생필품을 전달하고 응급 복구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이 났다.

21일 7시 새마을가족 150여명이 탄 네 대의 버스가 이천을 출발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150만원 상당의 생필품에 2대의 중장비(포크레인, 이갑규 설성협의회장 지원)까지 동행한 대규모 수해복구 자원봉사단이었다.
다음은 신광철 지회장의 소감과 인사.

“지원 간 곳이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였는데 가 보니 정말 처참하더라구요. 가져간 삽으로 집안의 토사를 치우고, 가재도구 정리에 보일러 수리, 깻모내기까지 이것저것 새마을이 자랑하는 협동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복구작업을 했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아낌없는 땀방울을 흘린 새마을가족 모두와 함께 참여한 김태일 시의회 의장, 이현호 부의장, 조병돈 시장님 가족(부인과 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렇듯 새마을운동 회원들의 봉사는 관내와 관외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런 대가나 칭찬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소명처럼 봉사에 나서는 새마을 가족들의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자세는 과연 어디서 연유한 걸까.

▲ 방안 가득 쌓인 토사를 치우는 모습.

새마을운동의 출발과 역사

1970년 4월 22일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제창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우리 마을을 우리 힘으로 새롭게 바꾸어 보자'는 운동으로 농촌에서 불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급된 시멘트와 자체 자금으로 마을 안길 넓히고 포장하기, 다리 놓기, 농로 넓히기로 시작해 차츰 초가집 없애기(지붕개량), 울타리 블록 담장으로 바꾸기, 공동빨래터 설치 등의 기초적인 환경개선사업을 벌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의 성과로 마을이 아담하고 쾌적한 모습으로 달라지자 주민들은 더 나아가 마을회관 건립, 상수도 설치, 소하천 정비 같은 환경개선만이 아니라, 복합영농 추진, 축산, 특용작물 재배 등의 소득 개선에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70년대 중반에는 농가소득이 도시 근로자 소득수준으로 향상되면서 농촌주민들 또한 '하면 된다'는 의식과 성취동기로 활기 넘치는 농촌으로 변모하게 된다.

한편 도시로 퍼져나간 새마을운동은 지역은 물론 직장과 공장, 그리고 학교까지도 동참하는 의식개혁, 환경개선, 상호발전의 추진력으로 기능한다. 반상회를 활성화해 이웃 알기와 새마을대청소(내집앞 내가쓸기)에 나서고, 저축하기와 거리질서 캠페인을 전개하는가하면 직장과 공장에서는 건전한 직장분위기 조성운동으로 시작돼 새마을분임조 활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물자절약,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는 인사 잘하기, 부모 공경하기 등 예절교육을 강화해 이 같은 분위기의 정착에 동참했다. 이로써 새마을운동은 단기간에 전국적인 범국민운동으로 자리 잡으며 이른 바 조국 근대화의 밑바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함께 잘살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가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근대화,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저변에는 근면, 자조, 협동이란 새마을운동의 3대 기본정신이 국민 누구나의 가슴에 적극적인 실천의지로 살아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새마을운동의 본격적 전개가 유신체제와 더불어 진행되면서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이념이나 체제 유지에 활용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요. 하지만 궂은 일 험한 일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그 순수한 열정이야말로 우리 남녀 새마을지도자들의 자산이자 전통이라는 점에서 이번의 수해복구 자원봉사도 설명될 수 있겠네요.”

공과 인정하고 새롭게 활용해야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난 2월 31개 성과 시의 간부 200명과 일주일간 합숙하면서 한국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학습한 뒤, 새마을운동이야말로 낙후된 중국의 농민·농업·농촌의 ‘3농 문제’를 극복해낼 정책 모델이라며 국가적 과제로 이에 대한 연구와 연수에 나섰다고 한다.

3년간 3만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보낼 계획인데 장기적으론 공무원 35만명을 한국에서 연수받게 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음에도 농민 소득이 도시 근로자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도농격차로 고심하던 중국지도부의 신중한 선택인 셈이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새마을운동을 배워갔다. 새마을 관련조직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연수받고 돌아간 각국 공무원과 농민이 160여개국 4만명에 이른다.

바깥 시각만 이런 게 아니라 정부수립 50주년인 1998년에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대한민국 50년 역사상 우리 국민이 성취한 중요 업적’에 새마을운동이 첫 번째로 꼽혔다. 조국 근대화의 기치를 내걸고 범국민적으로 전개된 지역사회 개발운동에 대해 국민들 스스로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새마을운동에 이어 2~5위까지는 차례로 서울올림픽 개최, 경부고속도로 건설, 광주민주화운동, 4·19혁명 등이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새마을운동이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농촌의 겉모양을 바꾸는 데 치중했다’고 쓴 근·현대사 교과서를 토대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그 교과서엔 북한의 천리마운동은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성공적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지나친 폄하나 자기부정은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순수한 열정과 동기를 칭찬하고 전과 비교해 다소 위축된 분위기를 풀어줘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게 옳은 일일 것이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