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잡이인 질라아비를 앞세워 대문을 들어서는 거북이.

임금님 진상미였던 자채벼를 재배해 지금도 ‘자채농요’가 전해내려오는 대월면 군량리 자채방아마을에서 ‘거북놀이학교’가 펼쳐졌다.

이천문화원(원장 이상구)이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문화체험사업으로 벌인 이번 거북놀이학교는 12일부터 3일간 소규모 농촌지역 초등학교인 표교, 설성, 장천초교생 각 90명씩 총 2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침 9시 문화원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학교를 출발한 학생들은 정복매(이천문화학교 어린이독서지도교실 강사) 씨로부터 이천의 향토문화에 대한 차중 강의를 들으며 자채방아마을에 도착했다.

 

▲ 고깔 만들기에 열중한 임유진 학생.

김길재 마을대표로부터 자채방아마을이란 이름이 세종대왕의 형이었던 양녕대군을 위해 놓은 징검다리(梁)에서 연유했다는 설명 등 마을 소개를 들은 학생들은 장치기놀이, 미꾸라지 잡기, 여치집 만들기 같은 재미있는 농촌생활 체험을 가졌다.

격구장이자 활터이기도 했던 무우정 앞 체험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어린이들은 원두막 위에서의 깃발 만들기와 고깔 만들기를 시작으로 거북놀이 배우기에 들어갔다.

직접 만든 고깔을 머리에 쓰고 성수석 강사로부터 거북놀이의 유래와 의미를 들은 뒤 조를 이뤄 몇은 거북이 안에 들어가고, 몇은 밖에서 붙잡은 채 흥겨운 풍물 가락에 맞춰 길을 안내하는 질라아비 뒤를 따랐다. 무더운 날씨에 잔뜩 땀을 흘리면서도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를 외치면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 성수석 강사로부터 우물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학생들.

설성초등학교 2학년 임유진 학생은 “처음 배워보는 거북놀이지만 앞으로 풍물이랑 제대로 배워 정말 추석날 마을을 돌며 복도 빌고 재미있게 놀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거북놀이는 8월 한가윗날 밤 휘영청 빛나는 달빛 아래서 흥겹게 진행됐던 세시풍습의 민속놀이로 1960년대초까지도 농촌지역 청소년들에게 이어져오다가 농촌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사라진 뒤 이천거북놀이보존회(회장 김양원)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전래 민속문화의 이해를 높이고 향토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이번 지역문화체험사업은 국무총리실 복권기금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이천문화원의 주관 아래 이천거북놀이보존회와 문화원 소슬패풍물단의 지도로 진행됐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