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석정 시비를 찾은 이천문협 회원들.

전북 부안을 향해 출발하는 문학기행 버스는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한기석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모두 아침식사를 거른 듯 이경자 회원님이 해오신 떡에, 조인희 회원님이 가져온 토마토와 음료수를 맛있게 나눠들었다.

3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부안 바닷가엔 물이 빠져 갯벌위로 핵 폐기장 반대 현수막과 깃발들이 나부낀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전망 좋은 곳에 신석정 시비가 보였다 ‘파도’ 라는 시 제목에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모두들 시비에 새겨진 시를 읽더니 이젠 그 앞에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넓은 갯벌이 시야에 가득 잡히고 그 끝머리로 듬성듬성 간신히 보이는 조그만 섬들, 낮게 나는 갈매기들, 한가한 태양이 떠있는 하늘.
전북 부안 출생인 신석정(1907~1974) 시인은 1930년 중앙불교전문강원에 입학한 뒤 이듬해 시문학에 '선물'을 발표하면서 등단한다. 이후 시문학, 시원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해방 후 전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어두운 현실을 떠나 목가적 전원에 귀의해 삶의 경건한 기쁨과 순수함을 노래한 그의 시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의 여러 시가 지금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시비 주위로 풀들이 많고, 무성히 자랐는지 지역의 이름을 빛낸 시인의 시비가 너무 무심하게 관리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가 방문을 점심 뒤로 미룬 일행은 변산반도 입구에 있는 한 횟집으로 향했다.

회장님이 거금의 식사대를 희사한데다 이천과 비교할 수 없이 횟값이 싸고 보니 사정 상 함께 오지 못한 회원들이 생각난다. 맛있는 회와 홍어숙회, 낙지, 기타 안주들을 이때 아니면 언제 먹으랴 실컷 먹는다.

야호, 바다다. 입구 계단을 내려가니 동해 못지않은 깨끗한 모래가 있고, 소라를 줍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발길을 돌려 채석강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마치 떡을 썰어 놓은 것처럼 바위가 층층이 쌓여 있는 채석강 단애가 시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데 검은 색 바닥 바위며 깨끗한 바닷물과 배경이 너무 좋아 모두들 사진찍기에 열중한다.

드라마 연개소문을 찍고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에 도착해 공성무기와 군사들, 사다리, 화차, 더위에 헐떡이는 갑옷 입은 엑스트라들까지 볼 수 있었다.

곰소에선 마른갈치(풀치)며 말린 병어 등 건어물을 산 뒤 신석정 시인의 생가로 향했다.

말끔한 황토색 건물 뒷마당엔 한가득 코스모스가 있었고, 집안엔 시인의 육필 원고며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시절에 이런 집에서 살았다면 생계 걱정은 없었겠단 엉뚱한 생각이 든다.

자, 여러분 숨 한번 깊이 쉬어 시인의 정기를 담아 갑시다. 그리고 기도도 하세요. 좋은 작품 많이 쓰게 해달라고.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시인의 정기를 듬뿍 받아 작품 좀 제때 잘 써봤으면,
밤, 귀향의 버스 안 보람찬 문학기행의 마무리는 노래로 이어진다. 계속 불러. 그만 좀 해, 다른 사람도 해야 쥐. 형아 파이팅. 최고야. 오빠~. 난리법석인데 난 별로다.

회원 여러분, 내년 문학기행에는 사정 같은 거 제켜두고 많이 좀 같이 가십시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