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으로 뭉치고 따르며 힘을 겨루는 기싸움놀이. 작년 쌀문화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던 장면이다.

안주(安住) 떨치고 최고쌀 자부심 지켜가야

한국쌀의 미래 견인할 책무 따라
이천쌀의 미래는 한국쌀의 미래에 포함된다. 포함될 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 쌀이라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한국쌀의 미래를 견인해야할 책무까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우리쌀이 살아남기 위해선 수입쌀의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값싼 중국산 식품에 점령당하고 있는 우리의 식탁에서 쌀이라고 언제까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은 쌀값을 시장 기능에 맡긴 상태에서 점차적인 인하가 진행돼 수입쌀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휴경제(休耕制), 직불제, 농지은행제, 전업농 유도 같은 대책은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농촌의 구조조정으로 보인다.

“평당 10만원이 넘는 논에서 쌀농사를 지어 타산을 맞춘다는 건 계산부터가 잘못된 일이지요. 기업농이 아닌 다음엔 어디 공장에라도 일을 나가야지 농사만 지어 갖곤 애들 학교도 못 보내요. 우리도 자식들 다 밖에 나가 살고 있어 내외가 입에 풀칠만 하면 되니까 억지로 농사를 짓지만 우리 죽은 뒤엔 어려울 거예요, 아마.”(김기수, 63세, 대월면 장평리)

식량 안보를 강조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물의 저장 기능과 산소 공급이란 환경적인 측면에서 논의 중요성과 농사의 필요성을 홍보한다 해도 떨어지는 쌀값을 고수하거나 서구식 입맛으로 바뀌어가는 국민들의 입맛을 되돌리기란 힘들어 보인다.

아침밥 먹기 운동을 펼치고, 우리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넓히고, 뿌듯함으로 먹을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맛있는 쌀을 생산해 공급하지 않는다면 외국쌀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이천쌀 돼야
2013년까지 투자나 융자 등의 형태로 총 7조원이 투입되는 농림부의 우수브랜드 육성 대책에 따르면, 쌀은 우수브랜드 인증제를 도입하고 2008년에 등급 판정 및 브랜드 인증을 해주는 쌀품질검정(인증)기관을 설립해 소비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쌀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어차피 쌀의 품질이 우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으로 가고 있지만 이천의 문제는 지금까지 짚어본 대로 브랜드와 품질의 불일치를 개선하는 점이다.

다행히 조병돈 시장은 이천쌀의 홍보 및 판매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이천농업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시급한 저온저장시설의 증설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지만, 이는 농협의 RPC통합이나 연합 등이 함께 이뤄져야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농협 측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필요하다면 지자체나 농민단체, 시민단체가 이 부분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가해서라도 하루빨리 기본적인 시스템의 완벽한 구축이 가능해져야 한다.

앞으로의 쌀 유통은 5kg, 10kg의 소포장 구매에 이어 우유나 생수처럼 직배 형태까지 예상되는 만큼 저온저장 시설 완비에 대한 시급한 투자는 더욱 강조된다.

당장 올 가을부터 관내 생산 벼의 전량 수매가 아닌 등급별 선별 수매가 이뤄질 경우 농민들의 개별 판로 개척에 따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농민들 또한 비료를 적게 주고 단백질 함량을 낮춰 밥맛 좋은 쌀, 단일 품종의 유전자로 고품질 쌀의 기준에 합당한 쌀을 생산해내야 한다.

쌀값을 더 쳐주더라도 소비자가 사겠다고 찾아오도록 명품쌀을 생산해야 한다. 그런 기회가 많아지도록 축제 기간에 전국 규모의 밥맛 품평회 등을 널리 개최해야 한다.

이천의 식당들은 자부심으로 이천쌀을 소비해야 한다. 만일 이천쌀보다 더 밥맛 좋은 쌀을 굳이 써야 한다면 왜 이천농민과 농협은 이런 쌀을 생산하지 못 하는가 먼저 나서서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값만 고려해 싼값의 타 지역 쌀을 소비하는 단견은 버려야 한다. 적어도 이천쌀밥이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라면 그날그날 지은 밥의 쌀 생산자가 누구인가를 자신 있게 밝혀서 손님들의 구매도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의 이천쌀은 이래야 한다. 우선 추석 전에 먹을 수 있는 조생종도 얼마간 구비하되 주종은 전국 최고 브랜드란 그 명성에 걸맞는 품질의 쌀이 생산돼야 한다. 전국 최고의 가격일지라도 선물용으로 일정 규모 소비가 되고 나머지 물량은 전국의 유명 식당과 이천쌀밥집에서 예약 주문해 일반 소비자는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아야 한다.

물론 그러한 체제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이천쌀에 대한 소비를 이천 시민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단 이천시와 농협과 농민은 어느 시점부터는 확실하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하고 지켜야 한다. 그 시점이 부디 그리 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박석호 기자(네이버 블로그 : 푸른산빛)

10회 특별기획 ‘이천쌀, 이렇게 살리자’ 차례
1. 임금님표 이천쌀 한 가지가 아니다
2. 시급한 저온저장 시설 건립
3. 밥맛 테스트 주도적으로 하자
4. 농민들이 바라는 것
5. 농업예산과 쌀부문 지원책
6. 건조 및 혼합의 문제
7. 타 지역 쌀의 이천쌀 둔갑과 보호책
8. 소비자의식, 시민의식
9. 이천농업테마파크
10. (금회)이천쌀의 미래

알림 : 10회 특별기획 ‘이천쌀, 이렇게 살리자’가 끝남에 따라 같은 지면에 3회에 걸쳐 새마을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역사와 방향을 조명해보는 특집기사를 실을 예정입니다.

중국이 공무원 조직을 대거 국내에 연수시키면서까지 배우려고 하는 새마을정신과 새마을운동의 실제, 지역사회에서 전개되는 새마을의 구체적 현장 이야기와 바람직한 방향 모색 등을 다룰 특집기사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 바랍니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