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이 들고 있는 두 개의 물통에 담긴 게 문제의 폐수.

어농1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차츰 격앙되기 시작했다. 참석을 약속했던 골프장 관계자가 전화 통화에서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7면 기사 참조)

모가면사무소 측에서 마련한 B골프장 증설에 따른 주민설명회 자리였다. 이미 사업 승인이 났기 때문에 굳이 설명회를 할 필요가 없는 거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의사를 들으러 왔다는 면 직원의 말도 듣기 거슬렸던 모양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면이나 시에선 한 게 뭐 있느냔 원성이 따랐다.

폐수 무단 방류를 신고해도 나와 보지도 않는다고 환경보호과를 들먹였다. 3일 전 무단 방류 시 채취한 폐수 두 통이 치켜 들려졌다. 3리터 들이 투명 플라스틱 통 안의 물은 보기에도 꺼림직한 시커먼 색이었다.

“아, 비만 오면 이런 물을 슬쩍슬쩍 흘려보내.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니까 알고, 물고기가 죽어나자빠지니까 섬뜩한 거지.”

하천 준설이나 관정 연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원망이 컸고, 공사 부주의로 인한 폭음 피해도 문제였지만 주민들을 그처럼 결집시킨 가장 큰 요인은 폐수 방류였다.

전에 방류 폐수를 골프장 직원에게 먹어 보란 적이 있었는데 아무 말도 못했었다며 주민들은 농약 성분이 농축돼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뚜껑을 열어 직접 냄새를 맡아봤다.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뚜껑에 따라 먹어보려 했더니 이천환경련 원종국 사무국장이 먹지 말라고 말렸다. 기왕 작정한 마당에 까짓 거 생체 실험을 해보리란 마음으로 들이켰다. 찝찝하긴 했지만 특별히 역겹거나 하진 않았다.

골프장으로 올라가 클럽하우스 앞에서 가진 회의에서 골프장 관계자는 저류지에 고기가 살고 있다며 연2회의 성분 검사에서 농약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고 코웃음을 쳤다.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하자는 말에 관계자는 나중에 4시쯤 투망을 가지고 가서 잡아보자고 했다.

결국 물고기가 그 더러워 보이는 저류지 물에 살고 있는지 어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바로 조치하겠다고 약속한 걸 봤으니 좀더 지켜본 뒤에 후속 기사를 쓸 작정이다.

다른 쪽의 우려대로 주민들이 골프장 증설을 기화로 행여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내용증명까지 교환한 이행 조건의 준수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민들과 약속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거나, 높아진 시민들의 환경의식에 반하는 처사가 되풀이된다면 환경단체도 지역언론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선언을 이미 주민들의 주시 속에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먹지 말라는 폐수 한 모금을 들이킨 그 순간에 말이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