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나무오르기대회 장면.

일본 아이치 현 세토시 나무 오르기 협회 주관으로 7~9일 열린 ‘국제 친선 피지컬 챌린저 트리 크라이밍’에 이천 청소년들이 참가해 우정과 희망을 나누고 돌아왔다.
장애인들에게 나무에 올라가는 체험을 통해 자연과의 일체감뿐만 아니라 꿈과 성취감을 키워주기 마련된 이 행사는 국제 자매결연 도시인 이천시와 세토시의 장애인 2명씩 총 4명이 참가해 진행됐다.

이천시 추천으로 참가한 이지환(도지초 5), 이안욱(부발중 3) 학생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큰 나무에 올라간다는 게 무척 재미있고 너무 멋졌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나무오르기 대회는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취재 경쟁을 벌일 만큼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큰 행사로 진행됐으며, 국내에서도 ‘인간시대’로 알려진 윤동혁 PD(푸른별 영상) 팀이 동행 촬영해 다큐 특집으로 제작 방영할 예정이다.

=============================================

<국제 장애인 나무오르기 행사체험기 designtimesp=18989>

자연 속에서 한결 성숙해진 아름다운 청년
- 이효림(부발중 특수학급 교사)

모험심 많은 소년들이 꿈꿨을 법한, 아니 동물 학교에서나 배울 법한 일들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친 아이들이 나무에 매놓은 해먹에 앉아 적응 놀이를 하는 사이에 십여 명의 스텝들은 수십 미터나 되는 나무의 여기저기에 매달려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숲 속에 곧추 선 거대한 나무의 정상을 향해, 땅 위에서는 제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장애 아이들이, 로프에 의존한 채 스스로 중심을 잡으며 조금씩조금씩 지상에서 멀어져 갈 때, 이를 바라보는 참석자들과 취재진들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의 응원을 보냈다.
그들 중에는 몇 해 전 80미터나 되는 나무 오르기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전 일본을 감동시켰던 한 일본인 아주머니도 휠체어에 앉아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숲 속으로 스며드는 맑은 햇살을 받으며 나무 오르기 도전 행사는 그렇게 시작됐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은 단 네 명의 한국과 일본의 어린 장애인이 보여준 놀라운 도전 정신과 성취감에 젖어 온종일 행복에 겨운 미소를 나누었다.

사실 우리 일행(이안욱, 이지환, 지환어머니 김성민 씨, 나)은 나무에 오르기 이전부터 행사를 준비한 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에 좀 질려 있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나고야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마중을 나와 우리를 반겨준 세토시 직원 분들과 존 가트라이트 씨 부부(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분들이 나무 오르기 일본 협회를 주도하고 있었다)의 친절이라니.

첫 만남부터 마치 어릿광대인양 기묘한 손장난과 목소리를 이용한 독특한 개인기로 아이들을 사로잡은 가트라이트 씨의 배려와 유머는 언제 어디서든 그칠 줄을 몰랐고, 세토시 직원들은 호텔로 이동하면서 아이들이 우연히 선택한 음료수를, 마치 그것이 아니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3박 4일 내내 떨어지지 않게 대령했다. 아, 그 지겨웠던 콜라와 포카리 스웨트!

어머니와 함께 끝까지 올라가는 투혼을 보인 지환이와 달리 안욱이는 중심 잡기에 실패해 중도에 그만두어야 했지만, 가트라이트 씨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지환이가 혼자서 걸을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며 3박 4일 내내 조심조심 휠체어를 밀고 다닌 안욱이에게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우정을 나누며 한결 성숙해진 한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끝으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이천시와 세토시의 직원 및 대회관계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대회가 열려 꿈과 우정을 나누는 가운데 장애쯤은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멋진 시간이 펼쳐지게 되길 기대한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