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서 폐수 무단 방류에 항의하는 주민들.

공증까지 마친 여러 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골프장 측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과 반발이 마침내 폭발했다.

모가면 어농리와 두미리 주민 50여명은 11일 낮 어농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회의를 갖고, 3일 전 무단 방류된 혼탁수를 들고 인근 B골프장을 찾아가 클럽하우스 앞에서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혼탁수 무단 방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초 이날 회의는 2만5천평의 골프장 증설에 대한 주민의견을 듣기 위해 모가면 측에서 마련했다. 그러나 사업 설명을 약속했던 골프장 관계자가 불참을 통보해오자 주민들로부터 갖가지 피해 사례와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급기야 항의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은 골프장 측이 비가 많이 오는 때를 기다려 악취가 나는 시커먼 물을 여러 차례 흘려보내고, 대량 벌목된 나무가 개울에 방치돼 호우 시 범람 피해가 예상되며, 골프장 증설 공사에 따른 돌발적인 발파음으로 송아지 같은 가축이 죽거나, 흘러내린 토사로 하수구가 막히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다량의 지하수를 뽑아 쓰므로 인해 인근 축산 농가의 용수가 부족한 사례가 지적됐으며, 하천 준설과 범람 예상 도로를 높여주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이 성토됐다.

2003년 7월 주민들은 계속되는 B골프장 측의 오폐수 무단 방류를 지적하며, 수시 수질검사와 농약사용 품목 및 사용량 공개 등을 요구해 골프장 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공개와 피해 보상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한편 골프장 관계자는 혼탁수 무단 방류 사실을 시인했으나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은 오폐수가 아니라 저류지에 살고 있다가 휩쓸려 내려가며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장 측은 하천 준설 등 긴급한 사항에 대해 서둘러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주민들은 그간 문제가 있을 때마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골프장 측 약속을 못 믿겠다며 이에 대한 성의 있는 대처가 따르지 않는 이상 골프장 증설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와 시위 과정을 지켜본 이천환경운동연합 원종국 사무국장은 “골프의 대중화와 세수 증대를 앞세워 이천에도 다수의 골프장 신설과 증설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존 골프장들이 높아진 시민들의 환경의식에 따른 대책 강구에 그치지 않고 전향적으로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