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쌀 생산 유통 요구하고 소비 앞장서야

▲ 한정식 밥상사진

이천시와 농협의 적극적인 대책 필요

지난 달 23일 발기인 모임을 가진 이천지역경제활성화 대책위원회에서 다시 쌀 이야기가 쟁점이 됐다. 단순히 소비 촉진을 위해 홍보에 앞장서는 건 의미 없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

저온저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지고 혼합곡 문제가 해결돼 품질의 고급화와 균일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자신 있게 이천쌀을 추천하고 선물하고 그럴 텐데 과연 언제 그게 가능하겠는가, 지금처럼 1년에 800톤짜리 저온저장시설 한두 개 세우는 식으로 도대체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것인가 하는 자탄이 나왔다.

지역경제의 자금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야 이천 밖에서 문제 삼을 일이 아니지만, 이천쌀의 구조적인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해결될 때까지 두고두고 이천사람들이 욕을 얻어먹거나 이천쌀이 지금보다 훨씬 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강조됐다.
시와 농협에 해결책을 강력히 주문하겠다는 대책협의회의 활동을 기대할 노릇이지만, 이 대목에서 시민이나 소비자들의 이천쌀에 대한 의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가 낮추려 값싼 쌀 쓰는 건 손해

“이천쌀이 20kg 한 포대에 만원 가까이 더 비싸잖아요. 수입쌀과 경쟁해야 하고 힘들게 농사짓는 분들 생각하면 미안한 얘기지만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해야 하는 주부 입장에선 사실 부담스러워요.”(한정선, 45세, 주부, 관고동)

“이천쌀이 비싸다고 하지만 그만큼 질은 좋은 편이잖아요. 물론 경우에 따라 질이 떨어지는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론 괜찮은 편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우리 시민들부터 이천쌀을 소비해야지요. 나는 이천쌀 안 사먹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사먹으라 그럴 수는 없잖아요.”(성찬경, 36, 공무원, 창전동)

“가격이 1만원 안팎인 쌀밥집은 우리 같은 학생에겐 너무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일반식당이지만 어디어디 식당은 꼭 이천쌀을 쓰니까 거길 찾아가라 권하면서도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냥 이천에 있는 모든 식당이 이천쌀을 쓰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요.”(청강대 인터넷비지니스과 2년 김명인)

“도자기축제나 이천 구경 올 때 이천쌀밥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오지요. 그런데 막상 먹어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진수성찬이긴 한데 정작 밥맛은 그저 그렇다는.”(민지원, 45, 주부, 성남시 야탑동)

“반찬도 맛있어야겠지만 식당의 첫째 조건은 밥맛에 있다고 봅니다. 실제 쌀값보다도 채소 등 부식 값이 훨씬 더 들어요. 원가 좀 낮추려고 최고쌀인 이천쌀 안 쓰는 식당이 있는데 그건 경영적 측면에서 매우 잘못하는 거지요. 밥맛 없으면 그 손님 두 번 다시 안 옵니다.”(오광수, 45, 마장면 안평2리 황금뜰한정식 대표)

즉 이천쌀의 문제점을 정확히 모르고 있거나, 단지 값만 비싸다고 잘못 알고 있기도 하지만, 이천시민이 먼저 이천쌀을 소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선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식당 등에서 이천쌀을 반드시 소비해줘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식당의 경영적 측면에서도 실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시민들부터 소비 촉진 앞장서야

결국 건조나 보관 등에 대한 시설투자가 시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이천쌀의 소비나 홍보를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 논리가 대두된다. 실제 수입쌀에 대응해 이천농협 쪽이 배포한 ‘이천쌀 소비촉진을 위한 범시민 호소문’에 보면 <①이천농업인의 소득과 직결되는 타 지역쌀은 사지도 먹지도 맙시다. ②식당에서는 가급적 이천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합시다. ③외지에 있는 친지들에게 이천쌀을 보내줍시다. ④자녀들에게 아침밥을 먹도록 적극권유합시다.>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타 지역쌀은 사지도 먹지도 말자는 말은 지나치게 편협한 논리이긴 하지만 그 외의 방안은 시민들이 협조하면 좋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품질 향상에 대한 농협의 의지와 계획과 실행이 따라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일임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고 일시적인 호소나 애향심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해선 안 될 일이다.

“소비자들은 쌀을 사먹다가 조금이라도 밥맛에 이상이 있으면 가공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농협 측에 문제 제기나 책임 추궁을 해야 합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니까 관리에 신경들을 안 쓰는 거예요.”(김선부, 52, 자영업, 중리동)

“식당마다 오늘 지은 밥은 어디 농협쌀인지, 아니면 농민 누구네 쌀인지 밝히면 좋겠어요. 그러면 밥맛에 대한 책임은 일단 그 농협이나 농민에게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식당 종업원이나 단골손님들에게 밥맛에 대해 절대평가를 하게 하는 거예요. 기간을 정해 참여한 손님들에게 소포장 쌀 같은 선물도 주고 그런다면 좋은 쌀, 맛있는 밥맛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고 손님 끌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최명원, 50, 농업, 마장면)

“쌀밥 한 공기의 쌀 분량은 약 100g으로, 임금님표 이천쌀 인증미 20kg 한 포대가격이 요즘 5만4천원 내외이므로 대략 270원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라면 한 개보다도 싼 가격이지요. 앞으로 시에서 ‘이천쌀 사용업소’임을 알리는 홍보 스티커도 만들어 나눠줄 거라고 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시민들도 관내 식당에 갈 때마다 어디 쌀을 쓰고 있는지 물어보는, 일종의 부담이랄까 압력을 좀 행사했으면 좋겠어요.”(김우재, 농업경영인 이천시연합회장)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