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쌀

이천쌀 둔갑, 심증뿐 근래 단속 실적 없어
이천쌀 품질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이 품질이나 품종이 서로 다른 혼합곡 문제와 저온저장시설 부족이라면 좀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암적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타 지역 생산 쌀의 이천쌀 둔갑이다.

근래에는 적발 건수가 없으나 2002년도만 해도 26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례 등이 있다. 이들의 수법을 보면 타 지역 쌀을 구입해 야간에 대형트럭으로 관내에 반입한 뒤 이천쌀이나 경기미로 재포장하거나, 이천쌀과 3대 7 비율로 혼합한 뒤 이천쌀 포장지로 포장해 도소매상에 팔아넘겼다.

농림부와 이천시가 밝힌 ‘포장양곡표시제 사후관리 지침’에 따르면 양곡도정업과 양곡매매업에 종사하는 자는 포장양곡에 대해 생산년도와 중량, 품종, 원산지, 도정일, 생산자를 포장재에 일괄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양곡관리법에 의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특히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양곡표시 위반 사례를 신고한 경우에도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쌀파라치까지 등장해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재래시장의 소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근래 경찰에 입건된 경우는 중국쌀 등 수입쌀의 국산쌀 둔갑이 많으나 정작 국산쌀의 부정 유통은 적발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양곡 부정유통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강화됐다고 해도 근절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감시와 관심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정사례를 밝히기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식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실제 단립종인 추청쌀이 주종을 이루는 이천의 현실에서 기자가 찾은 몇몇 식당은 사진에서 보듯 장립종에 밥맛이 떨어지는 쌀밥을 내놓고는 이천쌀이라고 강변했다. 식당주인이 거짓말을 하든가 가짜 이천쌀을 공급받고 있든가 둘 중의 하나란 이야기다.

▲ 이천쌀

공들인 지리적표시제, 배타적 권리 부족
2005년 3월엔 담양 지역에 근거를 둔 한 업체가 ‘이천골드’란 이름의 쌀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아니, 이천 지역이 아닌 곳에서 (주)이천미곡종합처리장이란 이름의 회사가 www.2000sal.com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이천골드쌀을 인터넷으로 대량 판매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였다.

이를 계기로 이천시는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서두르게 됐지만 (주)이천미곡종합처리장은 현재도 건재해 ‘고향우리미’와 ‘고향미’란 브랜드의 쌀을 판매하고 있다.

지리적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란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의 명성, 품질, 기타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당해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이 그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임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적인 지리적표시 보호 강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우수한 지리적 특산품을 국내 및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999년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지리적표시 등록제를 도입했다.

2002년 보성녹차가 첫 등록된 이래 이천쌀, 순창고추장을 비롯해 지난 6월 14일 홍천찰옥수수가 15번째로 지리적표시제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지리적표시제는 우수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의 지리적표시를 등록·보호함으로써 지리적 특산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하여 생산자를 보호 및 육성한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특정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리적 명칭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하고 우수한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을 소비할 수 있게 해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등 오랜 지리적표시제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 별도의 법을 통해 브랜드의 배타적 권리를 부여한 반면 우리나라는 막상 핵심사항인 지역명칭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따른다. 일본은 상표법에 지리적표시 등록 농가나 업체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올 7월부터 지역명을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허청의 상표법 개정안(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이 시행될 예정이나 품질기준 없이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등록이 가능하다는 불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림부(농산물품질관리법)의 지리적 표시제가 품질관리 중점이라면, 특허청(상표법)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제는 명칭보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브랜드도 단체표장에 등록돼야 배타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따른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처럼 브랜드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지리적표시제만의 별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10회 특별기획 ‘이천쌀, 이렇게 살리자’ 차례
1. 임금님표 이천쌀 한 가지가 아니다
2. 시급한 저온저장 시설 건립
3. 밥맛 테스트 주도적으로 하자
4. 농민들이 바라는 것
5. 농업예산과 쌀부문 지원책
6. 건조 및 혼합의 문제
7. (금회)타 지역 쌀의 이천쌀 둔갑과 보호책
8. 소비자의식, 시민의식
9. 농업테마파크
10. 이천쌀의 미래

박석호 기자  park@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