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태 노인회장의 남다른 ‘동네사랑’
취임당시 ‘청소봉사’ 공약 3년째 진행

▲ 증포 1통 ‘복놀이 행사’가 진행된 지난 18일 낮 12시 노인회관 앞. 이 마을을 이끌고 있는 최병태 노인회장(왼쪽 두 번째)과 권영재 노인회 총무(왼쪽 세 번째), 이영화 통장(왼쪽 첫번째), 곽영숙 부녀회장 등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손으로 하트표시를 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소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증포 1통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마을이 깨끗해지니 덩달아 마을 분위기도 좋아지고 풋풋한 인심도 되살아났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뿌리사랑’을 앞세운 이른바 ‘동네지킴이’의 역할이 컸다. 과연 누가 동네지킴이를 스스로 자처하고 나섰을까. 주인공은 바로 최병택(71) 노인회장과 이 마을 어르신들이다. 버리는 사람 위에 치우는 사람도, 도시화로 인해 주변 환경과 민심 모두 삭막해질 무렵 “이래서는 안 된다”며 들고 일어난 사람도 모두 이들이다. 어르신들께서 일군 증포 1통의 작은 혁명.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든 깨끗한 마을로 변하기까지 어림잡아 3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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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쓰레기를 치우는 증포 1통 어르신들의
성숙하고 참된 시민의식이 ‘참 시민, 이천행복 나눔운동’
12대 실천과제 중 많은 부분을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바람은 정 넘치는 마을을 가꾸는 것
젊은 층 노인 층 할 것 없이 서로 반갑게 인사 잘하고
소통 잘 되는 그런 따뜻한 마을이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어르신들께서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렸는데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이젠 아무 데나 안 버립니다

“버려진 쓰레기를 상시 치우다보니 나중에는 잘 안 버리더라고요.” 증포 1통 노인회를 이끌고 있는 최병택 노인회장은 “어르신들의 노력에 동네 젊은 운전자들이 바뀌기 시작해 동네 분위기까지 좋아졌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노인회는 매월 첫째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마을안길은 물론 이마트 주변까지 거리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보통 한번 청소에 노인회원 20여명이 참여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내 가족과 내 이웃이 사는 마을을 깨끗하게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 그러기를 벌써 3년째. 횟수로 따지자면 약 70회에 걸쳐 마을 구석구석을 가꾸어 온 것이다.

“24시 편의점 이용자들이 음료수병과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마구 버리니까 냄새나고 지저분했어요. 특히 아이들 환경에 얼마나 안 좋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노인들이 나서게 된 것이지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최병택 회장은 노인회장 취임과 동시에 마을 청소를 제안했고, 노인회원들은 이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이른바 취임공약을 착실히 이행해오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묵묵히 청소봉사에 나서준 노인회원들에게 자신의 사비 40여만원을 보태 ‘조끼와 모자’를 제공했다.

복장을 갖춰 입고 마을봉사에 나서니 소속감이 고취되고 참여인원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대우나 받고 있어야할 연배인데 마을청소를 왜 하느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마을을 위한 일에 나이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웃어넘긴다고 한다. 

증포 1통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도시화가 이뤄진 마을이다. 그렇다보니 마을 주민 간 민심이 그전만 못했고, 개발 압력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도 겪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증포 1통 얘기가 아닌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어르신들의 솔선수범이 마을화합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목표는 정 넘치는 마을로 가꾸는 것이에요. 깨끗하고 화합 잘되는 그런 마을 있잖아요.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젊은 층 노인층 할 것 없이 이웃 간 소통이 원활한 가슴 따뜻한 마을이요.”

최 회장의 이 같은 다짐 이면에는 자꾸만 잊혀져가는 옛날 어르신들의 풋풋한 인심이 담겨져 있다.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 12대 실천과제 중 중요한 부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증포 1통 노인회는 요즘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르신들의 소일거리 창출이 그것이다. 최 회장은 “겨울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 용돈도 벌고 움직임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현재 가내공업 일거리를 물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먼저 나선 어르신들. 어르신들의 작은 실천이 주변을 맑고 밝게 하는 것은 물론, 마을의 화합을 창출하고 있다. 

“정 넘치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최 회장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