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째 수원에서 이천을 오가며 올바른 환경관(環境觀)을 갖추려는 시민들과 함께 이천의 생태와 자연을 공부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자연과 개발의 몸살이 만들어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우리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천 시민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덕평엔 몇 해 전부터 천연기념물인 독수리가 50여수 이상 찾아와 겨울을 난다. 물떼새들이 둥지를 틀고 갖가지 철새들로 사시사철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복하천, 우렁이와 오리를 이용한 유기농법 논들이 늘어가고 있는 각평리 등은 이천의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명품 이천쌀을 생산하고, 무항생제 사료로 키워내는 돼지 등 지역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얼마 전, 확장 공사중인 율현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옮겨심기가 예산 낭비라며 차라리 없애버리고 왕벚꽃나무 등으로 새로 심자는 의견이 많다는 이야길 들었다.

2004년에 공청회를 거쳤다지만 과연 전문가나 반대 입장의 의견이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됐는지, 이 문제에 관해 그때나 지금이나 이천시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찮게만 생각해온 가로수는 도로의 이불이자 건강을 지켜주는 공기정화기다. 더운 여름날 시원함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고마운 그늘이며 에어컨이다. 날짐승과 날개 달린 곤충들에게는 자동차와의 충돌을 피하게 해 주는 중요한 은신처인 코리도(corridor)가 되어 준다. 혹 미끄러져 도로를 이탈하는 자동차를 온 몸으로 막아 더 큰 사고를 막아주며, 시끄러운 소리를 삼켜 소음을 제거해준다.

하늘에 떠다니는 각종 유해한 무기물과 중금속류를 걸러내는 기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인간의 문화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지역의 특성과 정서를 살려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다. 만일 이런 일을 나무가 아닌 나무처럼 생긴 기계를 써서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얼마나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할까?

20년생 플라타너스라면 한 여름 대략 200만원대의 냉방기나 에어컨 약 5, 6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냉각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한 그루당 1000만원대의 경제적 생산 가치를 갖는다. 기계로 치면 하루 다섯 시간 가동에 한 대당 월평균 20만원 이상의 전력소비가 유발되겠지만 단 한 푼의 전기사용료 없이 우리에게 동일한 냉각효과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이들 율현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하는 일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나 유럽의 여러 나라와 도시에 그림처럼 펼쳐진 나무와 가로수들을 보자. 그리고 그곳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감탄과 경이로움, 자연의 위대함, 그 문화적 가치, 수많은 방문객과 그로 인한 경제적 부가효과의 창출 등에 대한 온갖 찬탄을 어찌 들어보지 못했는지...

다른 도시들은 지금 나무를 심고 가꾸지 못해 안달이다. 녹지 비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시장이 나서서 해외시찰을 포함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강구하는 판이다.

지구적 관점에서의 기후협약과 온난화문제, 교토 의정서의 내용을 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로수를 제거하겠다는 발상은 지금까지 부어온 자신들의 적금을 원금도 안 남기고 다 포기하겠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주민들이 겪는 꽃가루나 그늘 피해는 시민의 이름으로 보상하도록 하자. 낙엽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과연 몇 건이나 났는지 묻고 싶다. 만약 있다면 그 원인이 과속이나 부주의 때문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외국의 경우를 들 것도 없이 청주를 명품도시로 만드는데 한몫한 플라타너스 거리도 시민들이 지켜냈다. 율현로 플라타너스야말로 청주의 플라타너스보다 더 모양 좋고, 건강하며, 자연스럽게 유지돼온 것으로 보인다.

살기 좋은 이천의 나들목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이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들 가로수가 얼마나 좋은 첫 인상을 주는지, 그것들이 미래 이천의 명품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이천 시민들은 과연 관심이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