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표정관리’
자유한국당 ‘발등에 불’ 
내년 지방선거 지각변동 예고

이제 이천지역 정치판에서는 ‘보수텃밭’이란 수식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의 ‘민심 풍향계’로 떠올랐던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이천지역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택했기 때문이다. 보수 전통지역 표심이 진보성향으로 바뀐 것이다.

예측 못한 결과 탓인지 송석준 국회의원이 이끌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천지역위원회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도 읽혀진다. 반면에 대통령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 이천지역위원회는 예상외의 득표율에 들뜬 분위기다.

과거 이천은 어떠한 정치바람에도 보수층의 표심이 잘 흔들리지 않던 곳으로 유명했다. 노무현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17대 총선도 그랬고, 불과 1년 전에 치러진 20대 총선 때도 그랬다. 이천정가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선 투표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천지역 투표인수 12만1841명(무효투표 640) 가운데 4만4109표를 얻어 3만3301표를 얻는데 그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1만 표 이상의 차이로 따돌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만6695표를 기록했다. 이천과 함께 보수 강세지역으로 꼽히던 여주와 양평은 현역 국회의원이 없음에도 2~5% 한국당이 앞섰다. 여주와 양평선거구 소속 바른정당 정병국 국회의원은 같은 당 유승민 후보의 표가 6% 가량에 머물러 ‘5선’의 체면을 구겨야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 지역 모두 현역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이 표를 더 받았다는 점이다. 진보정당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이천은 민주당 조병돈 시장, 여주는 자유한국당 원경희 시장, 양평은 자유한국당 김선교 군수가 포진돼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집권여당 소속이 된 조 시장은 남은 1년여 임기 동안 굵직한 현안 문제해결 등 시정 운영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 3선 출마 당시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사항 이행도 비교적 수월해질 전망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조 시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이천은 조기 지방선거 국면을 맞게 됐다. 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인사들도 조만간 노선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태세다. 민심 변화에 고무적인 민주당은 대선 승리 분위기를 내년 6월까지 끌고 간다는 계산이다.

그런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선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 자유한국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당 조직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19대 대선을 통해 보수텃밭 수식어가 사라진 이천.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는 ‘정당론’이 아닌 ‘인물론’이 선거전 향배를 가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이천. 무주공산이 된 이천시장 자리를 놓고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와 이천시민들의 부름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