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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地思之

이백상 기자l승인2017.05.04l수정2017.05.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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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상
이천저널 편집국장

인성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했다. 역지사지의 근본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다툼은 남의 얘기는 듣지 않고 오로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데서 비롯된다. 역지사지의 기본을 모르는 까닭이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필자는 이 질문을 우리지역 정치인들에게 던지고 싶다.

장미대선 기간 중 개최된 A체육대회 행사장. 내빈으로 참석한 B정치인이 행사의 본질은 뒷전인 채 자신의 정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축사를 하고 있다. 대선후보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고 단상에 올라서니 유세현장이 따로 없어 보였다. 땡볕아래 축사를 듣는 사람들에게서 ‘야유’를 보내고픈 표정이 읽혀졌다.

“짜증도 나고 화도 치밉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시민의 말이다. 입고 있는 점퍼만 봐도 뻔히 아는 걸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다. 좋은 축사는 그 행사에 걸맞은 축하의 말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박수가 쏟아진다. 아무리 좋은 말도 길어지면 잔소리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묻고 싶다.

우리지역 인사들의 축사에 대한 문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번 자기자랑만 하다 내려오거나,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길게 하거나, 그 자리에 맞지 않는 동문서답식 발언 등이 그것이다. 하여튼 인사말이 너무 긴 편이다. 의전이 길어지다 보니 본 행사 시작 전 맥이 다 빠지기 일쑤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 이런 상식은 초등학생들도 TV를 통해 다 알고 있다. 일러두지만 행사장 축사는 대체로 형식적일 때가 많으나 공감하는 대목이 있으면 청중은 반응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비전이나 현안문제의 해결책을 거론하면 길든 짧든 공감한다.

그럼에도 어느 행사장을 둘러봐도 우리지역 정치인들의 인사말에는 핵심 메시지가 별로 없다. 관심을 끌만한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한 채 그저 구색 맞추기식 긴 축사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석자들이 의전행사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이 매력 없는 축사가 낳은 산물이다.

사적인 발언도 가려서 해야 한다. 최근 어느 행사장에선 이천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자신의 당 지방의원과 당직자에게 ‘내가 믿고 의지하는 형님’이라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봤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생각 없이 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길게 해서 좋은 꼴 본 사례가 없다. 말을 너무 많이 하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적당히 하고 많이 들어주는 게 상책이다. 내내 생각해봤지만 우리지역 정치인들에게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절실해 보인다. 그것이 쇄신이다.


이백상 기자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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