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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경쟁력이다 (42)

■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현대소설의 맛 이천저널l승인2017.03.27l수정2017.03.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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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주
시인. 독서논술지도사
꿈나라서점 대표

별빛이 곱다. 아스라이 보이는 별들의 반짝임조차도 설렘을 가져온다. 어릴 적 캄캄한 밤길을 걸으며 별빛에 의지한 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도 찾지 않고 혼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마치 별똥별이 소리치듯 고개를 흔든다. 아름다운 별 하늘을 보며 동심을 키운다. 매체가 없던 그 시절이다.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에 서글퍼진 적도 있다. 어찌나 처량하게 들리는지 시끌시끌 그 자체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이 좋았다 싶다. 매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낭만도 있고 아련한 추억도 있다. 배고픈 시절이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현대 소설을 보면 작가마다 개성과 흐름들이 다르다. 글의 소재도 다양하고 선택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묘사 부분도 다르다. 고전소설의 주제는 대부분 ‘권선징악’이다. 판소리소설과 더불어 세태를 풍자하는 소설이다. 시대를 직시하고 신분을 철폐하는 소설이다.

고전소설이 그 시대상을 잘 대변해서 인기를 누렸다면, 현대소설은 시대를 비꼬는 작품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추억도 그리고 감동도 넣는다. 가난함과 가난이 가져다주는 여러 요인들을 다루는 작품도 있다. 작가의 환경을 소설화하는 현대소설도 있다. 이처럼 현대소설은 고전소설에 비해 개성과 독자를 강조한다. ‘이심전심’ 통하는 공통분모를 끌어내어 함께 공유하는 면도 있다.

전라남도 장흥이 고향인 작가 이청준이 있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 잘 알려진 작품 ‘선생님의 밥그릇’ 저자다. 이청준 소설가는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소설가로 작품을 이어왔다. <별을 기르는 아이>, <나들이 하는 그림>, <당신들의 천국>, <눈길> 등과 영화로 제작된 <서편제>, <축제> 등 뛰어난 문장력과 동심을 지닌 소설가다. 그 가운데 ‘선생님의 밥그릇’은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독서가 무엇인지 글을 통해 보여 준다.

꿈을 그리는 그 시절, 가난해서 도시락도 못 싸오는 그 시절이다. 독서가 얼마나 필요했을까? 역으로 생각하면 독서가 부족했던 그 시절은 오히려 독서를 하고 싶었던 시절이다. 환경의 변화가 있지만, 주어진 현실을 독서로 채우고자 했다. 그만큼 학생들이 지금보다 순수하다는 말이다. 그 시절 작가가 교사로 있던 37년 전 지방 소도시 풍경을 우리는 다 짐작한다.

문상훈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다. 가난해서 형편이 안 된다. 빈 도시락을 들고 다닌다. 담임인 노진 선생님은 근엄하다. 늘 도시락 검사를 한다. 상훈이가 빈 도시락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눈치 챈 선생님은 자신이 싸온 도시락의 절반을 상훈이 모르게 빈 도시락 통에 덜어 놓는다. 스승이 제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배운다.

37년 동안 동창들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동창들이 노진 선생님을 저녁식사 자리로 모셨다. 50년 전후에 시골 소도시 풍경을 짐작한다. 이제 중년이 다 된 동창들이 모신 회식자리에서 여전히 노진 선생님은 자신의 밥 절반을 덜어 두신다. 습관이 된 모양이다. 긴 세월동안 지금도 그리하신다.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쭈어 본다.

“선생님, 도시락을 덜어 내신 이유가 있나요?”

노진 선생님의 말씀에 친구들은 상훈이를 기억한다.

길지 않은 단편소설인데 감동스럽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이야기로 들린다. 가난한 시절을 잘 묘사한 단편소설 ‘선생님의 밥그릇’이 오늘따라 찡한 여운을 주는 이유는 무얼까?

이청준 작가는 동심을 지녔다. 소설을 읽으며 문장 단어 마다 쉬운 용어로 쓰여 진다. 공감하는 독서 이야기라 생각한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학생들, 어른들 누구나 읽어 내려가는 현대소설이다.

서두에 어두운 밤길을 혼자서 가면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길을 가는 앞에 나 말고 다른 이도 함께 걸어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다. 생각의 차이다. 독서도 생각을 통해 한걸음 진보되어 간다. 누구를 위한 독서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독서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의 밥그릇’에 나오는 노진 선생님 이야기는 실화다. 이청준 작가의 교사 시절을 보여 준 것이다. 제자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참된 스승상을 보인다. 누구나 선행은 베풀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긴 세월동안 배려하는 부분은 그리 쉽지 않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작품을 보고 느끼고 정리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독서의 영역도 크다. 한정된 독서가 아니라 확장하는 독서가 되어야 한다. 교훈을 얻고 발전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맛깔스럽게 독서하는 방법은 자신이 주인공처럼 크게 읽어 내려가는 방법이다. 준비되고 정리되어 한 편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처럼 독서를 즐기다보면 누구나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현대소설에서 본 동심은 아름답다. 동심을 지니고 독서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동심 속에 펼쳐진 신나는 무지개를 꿈꾸면서 시작해보자.

[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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