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 배려한 경찰관의 따뜻한 이야기

 

▲ 이계찬 경기참여연대 공동대표

지난 9월경, 지인이 서울에서 이천 선경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시기라 그 역시 이사 올 집을 구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서울보다 이천이 집구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에 살던 전셋집을 2개월 후 비워주겠다고 날짜확정을 했는데 찾아가는 부동산마다 공인중개사마다 당황스러운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왜 날짜를 확정해주셨어요? 2개월 이내 집을 구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저희도 전셋집 구경도 못해본지 오랩니다. 더구나 증포동 아파트로 한정해서 구하려한다면 더 어렵습니다. 백사 쪽에 있는 아파트까지 포함해서 알아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날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려우니 아무 아파트나 나오면 무조건 계약을 하고 이삿짐을 컨테이너에 보관하시고, 임시숙소에 머무르다가 입주하셔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들은 지인은 하늘이 노랬다고 한다. 그래서 ‘이삿집 구하기 작전’을 세우고 수시로 부동산 여러곳에 전화하고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제가 바라는 증포동 아파트 뿐 아니라 아무데나 구해주세요. 그리고 중개수수료는 더 드릴게요.”

2개월 안에 집을 구해야 했기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을 구하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에서 좋은 아파트가 나왔다며 계약하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런데 집을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새 나갔다는 전셋집 주인의 답변에, 허탈한 마음과 근심을 안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필자는 집 문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지인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다.

“전화를 받으면 서울서 바로 계약금을 송금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보고 계약을 해달라고 해야지, 계약하러 내려오면 어떡하느냐? 지금 이천의 상황이 집 상태를 보고 계약할 처지가 아니다!”

이후로도 지인은 집을 구하지 못해 이삿짐보관 컨테이너를 알아보고, 나왔던 전셋집을 놓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천신만고 끝에 전셋집을 구했다. 그것도 그가 그렇게 바랐던 증포동 선경아파트로…….

지인은 어렵게 집을 구했지만 자신이 원하던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지만 좋은 집을 구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이사를 마치고 집정리가 끝난 어느 날, 집주인이 방문했다.

이사 전에 집벽지가 좀 낡았다며, 자진해서 도배까지 해주었던 집주인이라 반갑게 맞이했다.

“제가 살아보니 저희 집이 거실을 확장했는데 거실이 넓어서 좋긴 하지만, 겨울엔 좀 추워요. 베란다 앞에 대형 이중창문을 설치해 드릴게요.(거실 이중 창문 설치는 대형 공사에다가 아주 비쌈)그리고 방, 욕실 문짝이 좀 낡았네요. 그것도 바꾸는 게 좋겠네요. 저희가 살 땐 몰랐었는데…….

그리고 아랫집에 00분이 사시고, 옆집에는 00분이 사시는데 고마운 분들입니다. 소음을 조금만  신경써주시면 좋은 이웃이 되실 겁니다. 제 자녀들이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드려서 그동안 죄송했다고 인사드리고 가야겠습니다. “

이웃들에 대한 소개까지 마친 집주인이 떠나자 지인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이 선생님! 이천경찰관들, 아니 이천 분들은 모두 이렇게 친절합니까?

저도 이천에서는 남을 배려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지인 집을 방문해본 필자는 새집처럼 깨끗이 수리가 된 집에서, 집주인의 따뜻함까지 느끼며, 행복해하는 지인을 보며 집주인인 이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강이훈 경찰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집주인이 갑이 되어있는 현실, 아무런 수리를 안 해줘도 세입자가 줄을 서있는 상황에서

약자인 세입자에게 큰, 세심한 물질적, 마음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집주인의 인생관이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강이훈씨를 오랬동안 보아온 이천경찰서 경무계장은 “강이훈 경관은 늘 손해보며 사는분입니다. 매사 늘 양보하며 살지요. 그래서 손해보며 살긴 하지만... 제가 참 존경하는 동료입니다.”라고 그를 표현했다.

서울 친구들에게 전화로 “나 이천시민이야!”라며 자랑스럽게 통화하는 지인(세입자)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