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조던, 농구, 청춘 이 세 단어는 김정윤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그는 성장기에 그림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껴 오롯한 길만을 바라본 채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 결과 나이키와 협업을 당당히 이뤄냈고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천출신 김정윤 작가의 그림엔 소중한 추억과 향수가 가득하다. 보고 있으면 시간을 돌리고 싶고, 자꾸 태엽을 감고 싶게 만든다. 아름다운 그때 그 시절을 그리는 김정윤의 그림엔 풋풋함이 서려있다.

-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뭐에요?

▲현실에 국한 돼있지 않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게 참 재미있었어요.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상상하던 로봇을 비슷하게 그렸는데 그게 참 대단한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부터 내 상상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해 보자고 마음먹고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나갔습니다.

- 작품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디테일한데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제 그림은 배경보다 인물위주의 그림이 많은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인물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캐릭터의 몸짓부터 표정까지 생각할 것이 많은데 제가 가진 캐릭터는 다양한 얼굴 표현을 하기엔 조금 제한적이어서 표정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 교복 입은 학생들이 자주 등장해서 마치 청춘 만화의 연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천에서 남중남고를 나왔기 때문에 남녀공학이나 청춘 만화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실제로 어린 시절의 꿈도 슬램덩크, h2 같은 청춘 스포츠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기도 했구요.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제 상상이나 로망을 투영해서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 나이키 조던, 슬램덩크, h2 농구 등 스트리트 감성을 가진 문화들에 영향을 받은 성장기는 어땠나요?

▲일단 지금의 제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슬랭덩크의 영향이 커요 초등학교 때 sbs에서 방영해주는 슬램덩크를 보고 아! 나도 농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제가 가장 많이 그리는 에어조던 역시 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가 신었던 운동화였어요. 그 어린 나이에 에어조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농구와 농구화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죠. 실제로 강백호가 신었던 신발을 너무 가지고 싶어서 게임 아이디를 팔아서 산적도 있어요. 갖고 싶지만 비싸서 살수 없는 신발들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그림으로라도 그리면 그나마 욕구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어릴 때 그렸던 갖고 싶었던 신발의 9할이 나이키여서 지금까지 계속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2000년대 초반은 길거리 농구 문화가 굉장히 붐이었거든요. 학교를 마치면 항상 농구를 했고 집에 와서는 미국 길거리 농구 hiphoop 영상을 찾아보며 흑인 문화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죠.

- 나이키와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꾸준히 그렸는데 결국 나이키와 같이 작업을 하게 됐었습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그런 기쁨 마음과 함께 나이키 작업을 하게 되었으니 정말 멋진 작업을 보여줘야해!라는 부담감도 생겼죠. 그리고 작업을 끝냈을 땐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그리고 이제 겨우 한 걸음 꿈에 다가간 거라는 생각과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어요.

- 만화가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다보니 이야기적인 부분에도 많은 고민이 들었을 것 같아요.

▲이야기 만드는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좀 많이 실망하기도 했어요. 멋진 걸 만들고 싶은데 능력이 되지 않는 걸 느겼을 때요. 다른 친구들이 재미있고 탄탄한 이야기를 만드는 모습들을 보고 나는 이야기가 있는 걸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 최종 꿈이 농구 만화를 그리는 거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계획한 게 있어요?

▲슬램덩크는 연애보다 농구에 집중을, h2는 야구와 연애 모두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두 작품이 가진 강점들을 살려 농구와 연애에 대한 청춘 농구 만화를 만들고 싶어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어있는 사람이 아닌 유연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이천에서 미술 공부할 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지금 미술 공부하는 어린 친구들 꿈을 가지고 즐기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