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는 절 ‘소유’ 차량 통행 무조건 ‘안돼’   

껄끄러운 관계 피하기 위해 연등까지 달았지만, 결국 쇠기둥과 쇠사슬 철치

백사면에 거주하는 A(여)씨는 지난 8월초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이 거주하는 집 앞에 쇠말뚝과 쇠사슬이 설치되어 차량이 진입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차량진입을 막은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절이었다. A씨는 해당 절의 스님에게 항의 했지만 스님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A씨는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백사면은 수령이 100~500년이 넘는 산수유나무가 집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곳으로 매년 2만 여명의 상춘객이 찾는 이천의 명소다. 지난 11월 여동생과 함께 이곳으로 이사를 온 A씨 역시 직장도 가깝고 마을도 조용해 만족감이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집 옆에 위치한 절의 스님의 태도였다.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못 받을 거라는 등 안 좋은 이야기를 계속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교수님(집주인)이 그런 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어느 날 부턴가 절 앞에 진입로를 이용해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진입로를 함께 쓰는 제 입장에서는 집 앞에 주차도 못하고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와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결국 A씨는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해당 절에 연등을 달고 다달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기도 했다. 자신은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이웃으로써 친분도 쌓고 무엇보다 껄끄러운 관계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스님은 진입로에 쇠기둥과 쇠사슬을 설치해 A씨의 차량 진입을 완전히 통제해 버렸다.     

기자가 현장에 가보니 A씨의 집과 절은 하나의 진입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차량이 많이 지나가는 길도 아니고 해당 진입로는 오직 절을 이용하는 신도들과 A씨만 이용하고 있었다. 결국 스님은 A씨의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쇠기둥과 쇠사슬을 설치한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절에서 주변의 밭은 임대해 기존의 진입로를 확장한 상태에서 길을 막았다는 것이다. 

보안의 명분으로 진입로를 막을 수도 있지만 진입로를 지나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차량을 통제하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마을 주민은 “이전의 스님들은 주민들과 차도 마시고 산수유 축제가 있을 때는 절의 주차장을 개방하기도 했는데 지금 절에 계신 스님은 주민들과 교류도 없고 이웃과 크고 작은 분쟁만 일으키는 것 같다”며 일반인도 아닌 종교인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스님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절의 한 여자 관계자가 대신 전화를 받아 “그 길은 원래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길”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말만 되풀이 했다. 또한 진 입로 문제 때문에 A씨가 이사를 가게 된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사정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스님과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이후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스님에게 장문의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고 연등 값이 밀렸다며 미수금을 내라는 어이없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A씨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님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계약을 해지하고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