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우 3시. 파지(破紙)를 가득 실은 리어카 한 대가 3번 국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파지(破紙)를 가득 실은 리어카 한 대가 3번 국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리어카를 발견한 차량들이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지만 리어카를 끄는 노인은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도로를 건너다 이제는 아예 차량이 오는 역방향으로 리어카를 끌고 간다. 최근 파지 값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파지를 하나라도 더 수거하려는 노인들의 위험한 경쟁이 만든 모습이다. 

지역의 고물상에 따르면 종이 상자, 책, 신문 등 파지 값은 2~3년 전 150~180(1㎏기준)원에 비해 절반이상 하락한 60~80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가격은 떨어지고 파지를 줍는 노인은 증가하면서 파지 줍는 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들뿐 아니라 전문적으로 파지를 모으는 사람들 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생계가 어려워 리어카에 파지를 실어 나르는 노인들과는 달리 4륜 오토바이나 1톤 트럭을 이용해 지역 곳곳을 다니며 파지를 수거해가기 때문에 기존에 파지를 줍던 노인들의 수입은 자연스럽게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천에서 3년 이상 파지를 줍고 있는 최 씨 할아버지(68)는 “1만4,000원까지 벌었던 하루 소득이 4,500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최씨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이천지역에서 파지는 줍는 사람들의 수가 3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한다.

상가지역이 밀집한 이천 중앙통 상인들도 “파지를 내다 놓기 무섭게 가져간다”며 최근 들어 파지를 줍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생계유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취미나 용돈벌이로 파지를 줍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리어카에 더 많이 더 높게 파지를 싣고 위험한 도로를 가로질러 고물상으로 향하면서 도로 위의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처음에는 길가에 파지를 내놓으면 바로바로 수거가 되어 편리했지만 지금은 좁은 골목길이나 큰 도로가에 파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들이 많아 위험하거나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학원 수업을 마치고 늦은 퇴근을 한 최모(33세. 모전리)씨는 차를 몰고 상가 밀집지역을 빠져나오다 큰 사고를 낼 뻔했다고 한다. 차량이 없는 한적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골목길을 빠져 나오다가 어두운 골목 한편에서 파지를 줍는 노인을 발견한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피했지만 사람을 칠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최 씨는 “먹고사는 문제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야간에는 눈에 잘 보이는 옷이나 리어카에 반사판을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하는 동안 파지를 수거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어두운 색 옷이었다. 낮에는 그나마 식별이 가능하지만 밤에는 가로등 불빛이 있는 곳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파지를 줍는 한 아주머니에게 “어두운 옷차림이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파지를 줍는 사람 중에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밤에만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도로를 가로지르 거나 어두운 옷을 입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