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천에 불어오는 여풍이 심상치 않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천여성들의 영역은 봉사라는 틀에 벗어나지 못했다. 수많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지만 사회봉사단체장의 역할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 하지만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박순자 전의원이 이천시 나지역(중리동, 호법면, 마장면)으로 출마해 최다 득표로 이천시의회 첫 여성 의원으로 등원하면서 봉사에 머물렀던 이천여성들의 영역은 사회, 정치 쪽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높게만 보였던 남성들의 성역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이후 김문자의원, 한영순의원, 서광자의원 등이 줄줄이 이천시의회에 입성하면서 부터다. 현재 9석의 자리 중 3석이 여성의 몫이 되었는데 이는 이천 여성들의 활동 범위가 봉사를 벗어나 정치, 사회, 공직에 이르기 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내년 총선을 견양한 여성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천의 ‘희 트리오’로 불리는 김경희 전 부시장과 유경희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윤명희 국회의원 그리고 한영순 시의원까지 4명의 여성들이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의 자리를 놓고 펼치는 경쟁이 총선 경선 못지않게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물론 유승우 국회의원과 심윤수 전 산업자원부 무역조사실장, 이희규 전 국회의원, 이범관 전 국회의원 등 쟁쟁한 남성경쟁자들의 이름이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후보군에 올라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되지만 이들 여성 후보 중 한 명이 이천 최초의 여성 당협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잔잔하게 불어오던 이천의 여풍은 돌풍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사실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자리는 내년 총선의 공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천 지역은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는 전통적인 보수지역이다. 따라서 여성당협위원장의 탄생이 이천의 여성국회의원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여성당협위원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천의 첫 여성 국회의원의 탄생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이천에 거세게 여풍이 불어왔지만 돌풍으로까지 번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변수가 많은 선거판을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 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류를 타고 번져가고 있는 이천의 여풍은 아직까지는 신선한 느낌이다. 하지만 돌풍으로 변할 가능성을 가진 이천 여풍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