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하늘 보다 높고 바다 보다 깊은 부모님의 사랑을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을까?

나의 눈앞에 어버이의 주름진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림은, 살아생전 그 깊으신 뜻을 헤아려 드리지 못한 철없던 지난날이 눈물겹도록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옛날에 손순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내와 더불어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면서 곡식을 얻어다가 홀어머니를 공양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손순의 아들이 어머님의 진지를 가로채 먹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손순은 생각 끝에 아내에게 “자식은 또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뵈올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진지를 앗아 먹어 어머니의 기갈이 심하니 이 자식을 땅에 묻어 어머니의 허기를 면하게 해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소?” 하고 아이를 땅에 묻으려고 구덩이를 파 보니, 아름다운 돌 종 하나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손순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내리신 것이었다. 그리하여 손순은 아들도 살리고 또, 이 일이 나라에 알려져 후한 상도 받았다고 한다.

가끔 신문 지상이나 매스컴에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기사가 종종 실리고 있음을 본다. 부모를 모시기 싫어 양로원에 맡겼다는 이야기, 공원에 가족 소풍가는 것처럼 모시고 나가 지리도 모르는 노인을 그곳에 홀로 두고 뺑소니쳤다는 이야기, 심지어 자기 뜻에 안 따라 준다고 부모에게 칼부림까지 했다는 등등. 게다가 요즘 결혼 적령기의 처녀들마저도 결혼 대상으로 맏아들을 꺼리는 예도 허다하다니 충효를 만행의 근본으로 삼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 무성했던 나무가 낙엽을 떨구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듯 누구에게나 백발은 찾아온다. 효란 거창한 일도, 어려운 일도, 이다음에 여유가 있으면 하겠다고 미룰 일은 더욱 아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일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그때그때의 심기를 보살펴 드리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훌륭한 효가 될 수 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나무가 조용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쳐 주질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가   돌아가시어 효도를 할 수 없다”

공자가 제자들과 길을 가다 고어(皐魚)가 노상에서 울고 있는 것을 봤다. 몹시 울며 슬퍼하는 고어를 보고 그토록 슬프게 우는 연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때 고어가 대답하기를 “저는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는 유학 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요, 둘째는 저의 고상한 뜻을 받아들여줄 군주를 만나지 못한 것, 셋째는 진정한 친구와 지금은 사이가 멀어진 것입니다.”

이어 “아무리 나무가 조용해지기를 원하더라도 불어오는 바람은 그치질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식이 효도를 하려고 할 때까지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돌아가시고 나면 다시 뵙지 못하는 것이 부모입니다”고 말했다. 철들 때까지, 효도할 때까지 어버이는 기다려 주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꽃 한 송이라도 달아드리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해 드리려고 해도 계시지 않으니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에 효도하기에 힘쓸 일이다. 부모를 잘 모시는 일이 살아가면서 곧 축복 받는 비결인 것을 자녀들에게 본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어버이날이요，1년 내내 어버이날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돼야 할 것이다.

효자의 집에서 효자가 나는 법이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성을 다할 일이다. 한번 돌아가시면 다시 못 오실 부모님이다. 내가 부모님께 하는 것을 본받아 자식들도 나에게 더도 덜도 없이 한 만큼 돌려줄 것이다. 어버이는 평생 자식을 기다리지만 정작 자식이 찾을 때는 기다리지 못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