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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상한 이천

아픈 만큼 성숙해져야 이백상 기자l승인2015.04.17l수정2015.04.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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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상 편집국장

총선을 1년 앞둔 이천의 봄은 요란스럽기만 하다. 선거를 앞둔 불안정한 정치권 탓이다. 그러고 보니 13개월 전 오늘이 새누리당이 이천시를 ‘여성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한 자존심 상한 날로 기억된다. 당시 피해를 본 후보들이나 시민들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듯하다.

무대를 지방선거가 한창인 지난해 이맘때로 옮겨보자. 이천정치판은 느닷없이 선정된 전략공천으로 인해 역사상 유례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새누리당이 이천을 우습게 여긴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곳곳에서 “이천을 깔보지 말라, 당장 철회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그럼에도 여성전략공천은 철회되지 않았다.

그 일로 당을 박차고 나간 조병돈 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여성전략공천 수혜자’ 새누리당 김경희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며 박빙의 승부를 펼쳐나갔다. 그 무렵 김 후보에게 불리한 악재가 터졌다. 세월호 침몰과 유승우 의원 부인의 공천헌금 문제가 그것이다. 결국 민심은 조 시장의 3선을 무겁게 허락했다.

전략공천의 후유증은 이천의 정치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 기초의원 공천제 실시 이후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야당 시장 배출에 이어 항시 두 자리에 그치던 야당 시의원이 네 자리로 늘어난 까닭이다. 이를 기반으로 야당 의장이 탄생했고, 부의장을 뺀 상임위원장 자리도 야당의원이 싹쓸이 했다. 가히 기적적인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참패를 당한 이천 새누리당은 진작부터 공석인 당협위원장 선출에 목메 왔다. 망가진 당을 재건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선 당협위원장이라는 구심점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당직자들이 먼저 나섰고, 뒤를 이어 새누리당 시도의원들도 중앙당을 찾아가 “대표님, 사무총장님, 당협위원장 선출해 주세요” 사정하고 돌아왔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끝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천 새누리당은 최근 현충탑 참배와 성명서 발표로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런 만큼 변화를 주도하고 당 재건과 내년 총선을 기약하려면 그 같은 다짐이 구두선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비대위 활동은 느슨하기만 하다.

어쨌든 이천은 난리 법석을 떨었던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천이 그렇게 우습게 보였나”

정치권을 둘러싼 이천의 요란스러움이 특정인사의 출몰로 방점을 찍고 있다. 부산출신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여성 국회의원이 내년 총선을 겨냥, 이천에 둥지를 튼 것이다. 그는 이천에 연고가 전혀 없는데다, 얼마 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쌀을 판매해 전국적인 ‘구설수’에 오른 장본인이어서 이천입성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천에 사무실을 마련한 여성 국회의원은 각종 행사장에 참석하고 지방의원들과도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그러나 당내는 물론 같은 당 시의원조차 ‘이천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느냐’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심지어 “그렇게 인물이 없나, 시민만 불쌍하다”는 탄식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3년여 전 이천시민의 염원을 하나로 응집시켜 ‘이천시 단독선거구’를 이룩한 ‘이천시 국회의원 선거구분할 추진위원회’ 측 일부 인사들이 “이천의 자존심이 뭉게지고 있는 현실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분개하고 나섰다. 따라서 시민운동 전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성 국회의원은 ‘농업 1번지 이천’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관심도 없다가 선거를 위해 이천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옹색하다.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대의명분이 부족한 발걸음으로 오히려 상처만 입고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천을 만만하게 봤다면 큰 오산이라고 일러둔다.

이천시민들은 3선 시장 두 명을 만들어준 저력이 있다. 이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할 ‘다선 국회의원 만들기’에 돌입하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든 이천을 우습게 봐선 안 될 뿐더러 특정인사의 출세를 위해 그저 정치적으로만 악용하려는 발상은 모독이다.

원로가 없는 이천사회, 어찌 보면 존경할 만한 리더자의 계층이 사라진 이천사회를 마냥 우습게 보는 것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껏 원로나 정치지도자는 이천을 생각하기 보다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함몰된 나머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시민들은 자존심을 앞세워 변화를 요구하는데 정치권만 그대로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천의 봄은 자존심이 몹시 상해 있다.


이백상 기자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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