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가시는 길

▲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김상준 이천시민회 상임고문께서 3월 11일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나셨다.

빈소를 찾은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상’이니, ‘천수를 누리셨으니 무엇인들 부족 하였겠느냐’고 말했다. 102세를 사셨으니 그런 말씀 들으실 만도하다. 그러나 내게는 조금 서운하게도 들렸다. 불과 몇 개월 전 김정세 회장님을 보내 드리고 그 슬픔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고문님마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시며 또 다른 이별을 맞이하는 나에게는 참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늘 우렁찬 음성으로 이천시민회와 고향 이천을 자랑하시며 경기도민회에서도 큰 어른으로 활동하시던 고문님이셨기에 더욱 가슴이 메어온다.

내가 처음 고문님을 뵙게 된 것은 1985년 즈음 인 듯하다. 이천시민회 고 전병현 회장님과 이철수 회장님 그리고 이정순 어르신 등 대여섯 분께서 장학금 모금 및 이천시민회 발전과 시민회 참여를 권유하셨는데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한 경륜을 바탕으로 앞뒤 조리 있게 고향 이천사랑에 대하여 말씀하시던 김상준 고문님의 모습에 감명 받아 시민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문님은 오늘의 이천시민회가 있기까지 산증인이신 어른이시며 늘 솔선수범 하시고 긍정적인 사고로 이천시민회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기셨던 분이다. 고문님이 계실 때는 몰랐지만 고문님이 떠나신 후 고문님이 우리들에게 아주 든든한 큰 울타리였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는 나의 생각이 아닌 이천시민회에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의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늘 행사장 앞에서는 젊은이들보다 바삐 뛰어다니시며 큰 힘을 주셨던 고문님께서도 흐르는 세월 앞에 기력이 약해지셔서 한동안은 행사장에 오시면 상계동 댁까지 택시로 모셔야만 했다. 명절 때면 상계동 고문님 댁을 방문하여 빠짐없이 인사를 드려 왔고 직전회장이신 최홍건 회장을 모시고도 함께 여러 번 인사를 다녀왔다. 거동을 거의 못 하시면서도 늘 이천소식과 이천사람들의 안부를 물으시던 어르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문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2013년 복숭아축제에 참석하고 귀경길에 요양원에서 시민회원 30여명과 같이 찾아뵌 것이다. 우리 회원들과 함께 다가가자 휠체어에 앉아 반가움과 기쁨으로 하염없이 눈물지으시면서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으셨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험한 세상에서 사업도 억척같이 하고 경쟁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단단하게 살아 왔지만 아버지 같이 정든 고문님과 손을 마주잡고 흘린 눈물은 정녕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끝없이 흘러내렸던 것 같다. 하늘나라에 가셔도 고통, 슬픔 없이 평온과 평화만이 있지는 않을 터인데 좀 더 우리 곁에 계시면서 끝없이 응원을 해주시길 바랐지만 무에 그리 바쁘신지 서둘러 떠나가신 김상준 고문님의 자애롭게 웃고 계신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고문님 저희 걱정일랑 하지 마시고

현생에서 힘들게 살아오신 삶!

이젠 떨쳐버리시고 양지바른 곳에서 편안히 지내세요.

그냥 건강하셨던 그 모습만 기억하고파서…

요양원에 계신 모습이 가슴에 새겨질까봐 자주 가뵙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고문님께서 평생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고향사랑을 결코 잊지 않고

그 많은 가르침과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고문님께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셨던

이천시민회의 후배들이 고문님을 보내드리고

아주 많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