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상 편집국장

먼저 손 내미는 쪽이 승자다.
파벌은 심각하고, 분위기는 험악하다. 이천시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천시의회 얘기다.

원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4명vs의장단 5명, 시의회는 이렇게 두 패로 갈라져 있다.

몇몇은 서로 아는 척도 안한다고 한다. 치열한 공천경선과 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부름을 받아 금배지를 단 우리지역 시의원들의 현주소가 이렇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시의원은 주민들의 얽히고설킨 민원문제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또 그런 역할을 많이 해야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조차 풀어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의원들은 이날 자치행정위원회 소관 조례안 8건 중 ‘이천시 안전문화운동 추진협의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만 무려 3시간 이상을 소요했다.

그 밖의 조례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었지만, 유독 이 건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집행부 수장의 권한을 축소하고자 함일까? 아니면 막연한 감정표출일까? 장시간에 걸쳐 수정된 내용을 보면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다.

이 조례안의 원안은 안전문화운동 추진협의회 당연직 위원장은 시장이 되고, 공동위원장은 안전관리와 관련이 있는 협회•민간단체장 중에서 1명을 ‘시장이 위촉’한다고 돼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것을 시장이 아닌 협의회 위원들이 추천하면 시장이 위촉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이 원안은 도지사가 추천, 위촉하는 경기도 조례안과 똑 같았지만 의원들은 시장이 추천 못하도록 장치를 걸었다. 이른바 시장의 ‘내 사람 심기’를 미연해 방지한다는 조처로 볼 수 있다.

또 위촉직 위원에 대해 2년의 임기와 2회 연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을 1회 연임만 가능토록 바꿨다. 더불어 이천시 5대 기관단체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도록 수정했고, ‘대행하고’를 ‘대행하게 하고’로 수정하기도 했다.

대충 대충 넘어가는 거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환영받을 일이다. 어떤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이 별로 없이 통과된 다른 조례안에 비해 이 조례안이 3시간 이상 소용될 만큼 중요한 것이었나는 물음에는 누구든 답하기 곤란해 보인다. 명분이 빈약한 견제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탓이다.

개원과 동시에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이천시의회 임시회 일정은 2014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루는 3차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제6대 이천시의회 첫 임시회가 서로 상처만 남긴채 본격적인 의정활동의 서막을 연 셈이다.

그렇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초선의원 4명은 이번 임시회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았을 것으로도 짐작된다. 이쯤에서 지난 4월 임영길 전 시의원이 기자회견 당시 한 말을 생각해보자.

임 전 의원은 “다시 당선되는 시의원들이 있다면 더 많이 공부하고, 당의 목소리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의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었다.

6대 시의원들이 뼛속깊이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기초의원 공천권이 없었던 지난 8~9년 전의 이천시의회는 그야말로 의리가 넘쳐났었다.

파벌도 없었고, 분위기도 험악하지 않았다. 다툴 땐 다투면서도 뭉칠땐 똘똘뭉쳤던 그들이었다. 그런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시의회가 되려면 해묵은 감정은 깨끗하게 과거로 묻고 서로 화합해야 한다. 감정싸움에 치중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훌훌털고, 우리한번 잘해 봅시다’라고 먼저 손 내미는 쪽이 승자요, “까짓 거 그럽시다”라고 못 이기는 척 손잡아 주는 쪽도 진정한 승자인 것이다. 어서 빨리 ‘한지붕 두 가족’이 아닌 ‘한지붕 한가족’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백상 기자  sm3808@naver.com